민간기업 통신 요금제를 장관이 굳이, 왜 발표해?
23일 SK텔레콤의 5세대(G) 이동통신 요금제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장이 직접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5G 중간요금제 도입’ 등과 관련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전면에 나서 언론 브리핑을 한 적은 없었다.
5G 중간요금제 도입은 이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약속한 정책이다. 그동안 비교적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가 출시됐고, 지난해에는 데이터 24GB를 사용할 수 있는 5만원대 5G 중간요금제가 나왔지만 여전히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달 15일 이 장관에게 가계 통신비 경감 방안을 주문했다. 이후 이통 3사가 3월 한달간 고객들에게 무료 데이터를 제공키로 했지만 되려 ‘단기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이번 발표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의 첫 성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저 위(대통령실)를 신경쓰는 게 아니겠느냐”며 “민간업체 요금제에 장관이 나서는 모양새가 이상해 보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챙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정무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관이 직접 나서면서 정부의 ‘친서민 행보’를 강조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통신 지출은 월 13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통신 지출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통신 지출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 기기 가격인데 삼성전자를 압박할 생각은 하지 못하니 정부 입김은 주로 통신사에게 향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신사 요금제 발표에 왜 장관이 나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장관은 “이번 요금제 신설은 예전에 비해 소비자 후생이 강화됐다는 측면이 있어서 직접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은 업체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란 점도 명분이 됐다.
통신요금은 유보신고제로, 1위 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신고하면 정부가 일정 기간 반려 여부를 심사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요금제 신설시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하지만, 제도상으로는 2·3위 기업의 요금제 신고는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전파라는 공공재를 쓰니 정부가 어느 정도 관리할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장 경제 틀 안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정치적 판단이 과도하다 보니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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