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심한 오늘 삼겹살 먹자"…아직도 이 말 하세요?
중국 대륙에서 날아온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연일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내몽골 고원과 고비사막, 전날 중국 동북부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중국 베이징이 황사로 뒤덮여 공기질지수가 최악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 호흡기는 물론 눈과 피부까지 신체 부위 곳곳이 공격당하고 전신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황사·미세먼지의 공격에서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멀리할' 습관과 '가까이할' 습관을 챙겨보자.
황사·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해야 한다. 흡입되는 미세먼지, 황사의 양은 활동의 강도와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량이 많은 곳은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므로 피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땐 소매가 긴 옷을 입는 등 노출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호흡기질환 가운데 황사·미세먼지가 심할 때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 천식·기관지염이다. 기관지염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기침, 가래, 호흡 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천식은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호흡 곤란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알레르기 소인이 있는 환자에게 잘 발병한다. 따라서 천식 환자가 외출할 때는 증상 완화제를 지참하고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는 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얼굴에 밀착한다.
2 돼지비계 먹기
황사·미세먼지가 많은 날 돼지비계 등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먼지가 씻겨 내려간다는 속설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먼지는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고,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소장·대장으로 들어가므로 길이 애초부터 달라서다. 오히려 고지방 음식이 유해 물질의 체내 흡수를 도울 수 있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더 높인다. 따라서 먼지가 심한 날엔 돼지비계 같은 고지방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 있을 때 미세먼지가 들어오면 심장 발작과 부정맥의 위험을 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3 마스크 만지작거리기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다. 코점막, 기관지의 섬모 상비 세포에서 걸러지지 않아 그대로 통과한다. 이 때문에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몸에 흡수되기 쉽다. 기존에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기존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미세먼지가 혈액에 녹아들면 혈액과 함께 순환하며 전신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유발 위험을 높이는 것도 그래서다.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증한 보건용 마스크인 KF 인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시중엔 KF80·KF94·KF99가 나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강하다.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KF80으로도 충분하다. 천식 또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이거나, 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거나 두통·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저산소증·고(高) 이산화탄소 혈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낀 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분리된 공간으로 이동해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충분히 취해야 한다. 또 이런 경우엔 주치의와 상의해 기도 저항이 적은 마스크로 변경하는 것도 권장된다. 마스크 겉면을 만지작거리면 마스크의 필터를 망가뜨릴 수 있어 피한다.
몸에 황사·미세먼지가 들어오면 이들을 내보내려는 1등 공신이 물이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황사·미세먼지 성분의 침투를 더 쉽게 만든다. 하루에 8잔(1.5L) 이상 마시도록 힘쓴다. 호흡기가 건조해지면 황사·미세먼지가 몸속에 더 잘 침투해 흡착하므로 실내에선 가습기나 젖은 수건으로 적정 습도를 유지한다. 황사의 성분은 주로 석영·알루미늄·철이며, 중국 공장지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상당량 포함돼있다. 황사·미세먼지 속 유해 물질 가운데 중금속은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킨다. 과일·채소엔 이들을 막아내는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하다. 단, 과일·채소 같은 농산물에 황사 성분이 묻어있을 수 있으므로 먹기 전 충분히 세척해야 한다.
2 신체 곳곳 잘 씻기
외출했다가 귀가하면 바로 양치질·세안·샤워를 실시해 몸에 묻은 황사·미세먼지를 없애야 한다. 피부뿐 아니라 눈·목·코 안의 점막을 세정하는데도 신경 써야 한다. 외출 후 눈이 따갑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면 눈을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을 넣어 눈을 씻는다. 잘못된 속설로 눈을 소금물로 씻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눈에 심한 자극을 줘 증상을 더 악화한다. 인공눈물 등 안약을 사용할 땐 사용 직전에 반드시 손을 물에 씻는다. 안약 용기의 끝이 눈꺼풀·속눈썹에 닿으면 안약이 오염이 될 수 있어 주의한다. 황사가 심한 날엔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쓰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경우 소독과 세정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또 하루에 8시간 이상 착용하는 건 피한다.
3 창문 닫기
황사·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환기하는 게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이런 날 실내에 머물 땐 바깥의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아야 한다. 황사가 지나갔거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을 때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바깥에서 유입된 황사·미세먼지를 제거할 땐 공기청정기 사용이 효과적이다. 황사·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집 안을 청소할 땐 진공청소기의 이음새 부분이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것도 좋다.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인 먼지가 공기배출구를 통해 새어 나오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청소기를 사용하기 전 분무기를 뿌려 물방울 입자에 붙은 미세먼지를 가라앉힌 뒤 물걸레로 닦아내는 것도 가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집안에 먼지로 덮인 물건을 털면 황사가 다시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어서다. 창문을 닫은 실내에서 흡연하거나 촛불을 켜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므로 피한다.
Tip. 호흡기 질환 있다면 흡입기·기관지확장제 챙기세요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 가운데 황사·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 착용한 흡입기를 바로 사용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침·가래 같은 기관지염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도 병원을 찾아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약을 처방받아 먹도록 한다. 호흡기 증상을 방치하면 합병증은 물론 호흡 곤란까지 생길 수 있으므로 응급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천식 등 만성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는 증상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벤톨린과 같은 기관지확장제를 휴대하고 다니는 게 안전하다. 벤톨린 등을 사용해도 호전이 없으면 병원을 방문해 담당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도움말 = 이가영 이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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