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범칙금 깎아주세요"…오토바이 합동 단속 첫날 무더기 적발

관악·금천·구로경찰서 이륜차 특별단속…2시간 단속에 32건

23일 오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일대에서 경찰들이 이륜차의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 근절을 위한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2023.3.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신호 위반은 인정하는데 범칙금 조금만 깎아줘요"

60대 배달 노동자 A씨가 한숨을 내쉬며 단속 경찰관에게 읍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3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관악구 디지털단지입구교차로에서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경찰에 붙잡혔다. 단속 경찰관이 손짓으로 오토바이를 갓길에 세운 후 위반 사항을 고지했다.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 벌점 15점 부과하겠습니다"

뒤이어 오후 2시10분쯤 경찰은 불법유턴을 한 오토바이 한 대를 적발했다. 경찰관이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 지시 위반으로 단속하겠습니다"고 단속 적발을 통지했다. 배달노동자 B씨는 "배달하는 곳이 있는데 유턴하려면 한참 가야 해서 그랬다"며 연신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륜차(오토바이)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금천경찰서, 구로경찰서와 함께 이륜차 합동단속에 나섰다.

최근 배달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오토바이의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이 늘어나면서 경찰이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를 통해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안전운전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합동단속반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시흥대로를 중심으로 경찰관 50명과 순찰차 9대, 싸이카 2대를 동원해 교통법규 위반 오토바이 집중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안전모 미착용 △난폭운전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이륜차 소음기와 불법 부착물 등 불법개조도 함께 단속했다.

경찰의 단속에 불만을 제기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관악구 조원로에서 신호 위반이 적발된 배달노동자 한 명은 "노란불에 건넜는데 왜 단속하냐"며 "블랙박스를 돌려보고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적색 신호를 통과한 걸로 확인됐고 가상계좌에 입금하면 된다"며 "이의 신청은 10일 이내에 하시면 된다"고 차분하게 답했다.

2시간 동안 적발된 오토바이는 관악구 신림동 시흥대로 1km 인근에서만 32건에 달했다. 신호위반 15건, 중앙선침범 1건, 끼어들기 2건, 교차로통행방법위반 2건, 헬멧 미착용 12건이었다. 적발된 오토바이 운전자는 주로 배달노동자들이었다.

합동단속반은 오는 29일에도 특별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당분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이륜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작년과 비교해 37건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2명에서 8명으로 급증했다.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관악구 난곡사거리에서 신호위반 좌회전을 하던 오토바이가 정상 신호 직진하던 승용차에 부딪혀 배달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현호 관악서 교통과장은 "오토바이 사고는 발생하면 피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평소에 법규를 지켜서 안전운전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단속 외에도 배달업체나 관련 업계와 협업해 안전 운행을 당부하는 캠페인과 교육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일대에서 경찰들이 이륜차의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 근절을 위한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2023.3.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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