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 69시간’에 전 세계 놀랐다…잇따라 외신보도

최서은 기자 입력 2023. 3. 23. 17:00 수정 2023. 3. 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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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대 학생이 2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의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철회 요구 대자보를 읽고 있다. 전지현 기자

한국 정부가 추진한 ‘주 69시간제’ 근무에 대한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호주 언론이 이와 관련해 과로사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 언론에서 이를 조명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주 69시간 근무? 그렇게는 못 살아, 한국 청년들은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골자로 하는 한국의 노동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란을 보도했다. NBC는 “한국에서 주당 노동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며 한국 청년들의 반응을 직접 인터뷰하여 생생히 전했다.

NB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동에 지배되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재고하고 있다면서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의 일중독 문화가 있는 한국의 경우 과도한 노동과 관련한 우려가 특히나 심각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많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로 모두 중남미 국가 뿐이다. 2011년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연 2136시간으로 당시 OECD 1위였고, 2017년까지는 2위를 유지하다가 중남미 국가들이 OECD에 가입하면서 그나마 순위가 낮아졌다.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각각 1791시간과 1490시간이다.

NBC는 한국에는 초과근무가 일상화돼 있고 일을 끝내도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기 힘든 데다 퇴근 후엔 회식까지 참석해야 해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짚으면서 최근 직장인을 위한 ‘낮잠카페’가 한국에서 성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살률이 10만명당 26명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고, 합계출산율이 작년 기준 0.78명으로 세계 최저인 것을 언급하면서 “일중독이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부착한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라고 적힌 피켓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외신에서 한국의 주 69시간제 논란을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국 CNN방송·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스페인 엘파이스, 호주 ABC방송 등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도 한국의 노동시간 연장 문제를 이미 보도한 바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0일 “노동자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적어도 한 국가는 이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노동시간 연장 문제를 전했다.

CNN은 한국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과로사’로 매년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한국의 청년들이 노동시간 상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를 소개했다. 이어 심장마비, 산업재해, 수면부족 운전 등으로 목숨을 바친 ‘과로사’ 사례 수십 건에서 이런 장시간 노동의 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7일 “한국 정부가 주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청년층의 반발을 소개했다.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도 주 70시간 이상 일하는 초과근로자나 보상 없이 빈번히 잔업한다는 노동자 사례를 전하고, 주 69시간제 정책이 분노의 촉발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시간 노동이 “저출생 극복 방향과 맞지 않고, 자랑이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비판도 전했다.

이 매체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한국의 주 69시간제에 관한 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을 전하면서 사회적 문제와도 결부시켰다. WP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 노동이 뇌졸중과 심장병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면서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청년들의 반발로 한국 정부가 주69시간제 정책을 재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친기업성향으로 여겨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주에게 더 많은 노동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시간 연장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199시간, 독일보다 566시간 더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지난해 수십개의 기업이 주4일제를 시험 도입한 영국을 포함해 다른 주요 경제국들의 흐름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작년 3300명이 6개월간 주4일제 시범 운영에 참여한 결과 이직과 병가는 줄어든 반면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아 대부분의 회사가 이를 계속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 엘파이스 역시 17일 일중독 문화로 유명한 한국에서 주69시간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에서 정책을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ABC 방송도 14일 이와 관련한 논란을 집중 조명하면서 과로사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kwarosa’로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3일 호주에서는 주4일제 근무를 처음으로 공식 시행했다.


☞ ‘주 38시간’ 호주 언론이 주목한 ‘주 69시간제’…‘kwarosa’도 소개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108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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