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대비한다면서...국내 18개 원전, 구매조건보다 성능 모자란 수소제거 장치 썼다

최정석 기자 2023. 3.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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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구매 조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수소 제거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원안위는 23일 제173회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제출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수소제거율 실험 중간결과를 보고받았다.

원안위 실험 결과 원자로가 들어있는 격납건물 내 수소 농도가 4%인 환경에서 세라컴 PAR은 초당 0.131~0.137g의 수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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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한수원 구매조건은 ‘초당 0.2g 제거’
정작 구매한 장비 성능은 절반 수준
원안위 “추가 조사 후 한수원 조치 요청”
“한수원, 장비 추가 구매해 설치 계획”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가 신한울 2호기 내부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구매 조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수소 제거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당장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성능 실험을 더 진행해 문제가 확인되면 제조사가 제품 리콜할 가능성도 있다.

원안위는 23일 제173회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제출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수소제거율 실험 중간결과를 보고받았다.

PAR는 원전 내부의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로 원전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다. PAR 내부에는 알루미늄이나 백금과 같은 촉매제로 코팅된 벽돌 모양의 세라믹 케이스가 들어간다. 수소가 여기 닿으면 물로 바뀌면서 수소는 사라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원전 내부 수소 농도가 일정 수준보다 높게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부터 고리, 한빛, 한울, 월성 원전 등 18곳에 세라컴이라는 업체의 PAR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면서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한수원은 초당 0.2g 이상씩 수소를 제거해야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구매 조건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1년 세라컴의 PAR 성능이 한수원 구매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공익신고가 들어오면서 원안위가 성능 실험에 나섰다. 원안위 실험 결과 원자로가 들어있는 격납건물 내 수소 농도가 4%인 환경에서 세라컴 PAR은 초당 0.131~0.137g의 수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이 처음 제시한 구매 조건보다 성능이 떨어진 것이다.

원전 사고는 대부분 원자로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원자로가 제대로 냉각되지 않으면 연료봉 표면이 산화되기 시작하면서 수소가 뿜어져 나온다. 이때 PAR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로 수소 농도를 낮춰주지 않으면 원자로 안에 수소가 차오르다가 폭발할 수 있다.

원안위는 이런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세라컴 PAR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규제 기준이 수소 농도 4%인 이유는 공기 중 수소 농도가 4% 이상인 환경에서 수소에 불이 붙으면 수소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노 농도 4% 환경에서 세라컴 PAR을 작동시켰을 때 수소 농도는 약 2.5~3.3%까지 떨어졌다.

수소 농도를 4% 밑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세라컴 PAR은 법적인 규제 기준은 만족한다. 그러나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내세운 구매 조건에 미달하는 제품을 구매해 설치했기 때문에 원안위는 한수원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날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PAR을 추가 구매해서 원전에 설치하겠다 말한 상황”이라며 “세라컴이 아닌 다른 회사 제품을 구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4월부터 수소 농도 8% 환경에서 세라컴 PAR이 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지도 실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한수원이 왜 구매 조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PAR을 구매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한수원이 세라컴에 제품 리콜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라컴 측은 “PAR제품을 납품한 시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로 당시 관련 법령 에서 요구하는 규제요건과 한수원이 요구하는 구매요건을 모두 충족했고 2차례 검증까지 마친 뒤 납품했다”며 “납품한지 10년이 지난 현재 실험장비와 실험방법이 바뀌고 변경된 기준으로 확인한 성능 저하를 이유로 인허가 당시 적용된 기준과 ‘불일치’하다고 할 수 없고 법 위반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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