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올해 경기둔화 속 M&A '큰장' 선다"
"금리인상 여파로 부채감축용 기업분할, 사업부 매각 늘 것"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유럽 등의 금리 인상 여파로 올해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기업 분할을 하거나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올해 M&A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얘기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자금)가 많이 쌓인 것도 M&A 활황의 근거로 제시했다.
삼일PwC는 22일 '2023년 글로벌 M&A 트렌드:산업별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글로벌 M&A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까지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바이오,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투자가 주류였다면 올해는 경기 둔화기에 본격 진입하면서 부채 축소를 위한 사업부 매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총 3조3000억 달러(약 3960조원, 5만 4452건)로 집계됐다. 한해 전보다 거래건수는 17% 줄었고, 금액은 37% 감소했다. 국내 M&A 시장도 거래 건수 1905건, 거래금액 710억 달러(약 92조 원) 수준으로, 거래건수는 19%, 금액은 33% 줄어들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게 삼일PwC의 분석이다.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기업 분할, 사업부 매각, 비핵심 자산 매각 등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속가능성 · 자동화 ·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신규 투자 역시 동시에 진행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따라서 현금이 풍부하고 공격적 성장 목표를 가진 기업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으로 기업을 인수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PwC의 연간 글로벌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CEO 중 60%는 올해 예정된 M&A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경기 둔화 시기인 만큼 단기 성장성보다는 견고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높고 디지털화, ESG, 탈 세계화 등 메가 트렌드에 부합하는 비즈니스에도 신규 투자 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PEF의 신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글로벌 M&A 금액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며 M&A 시장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사모펀드의 드라이파우더가 전 세계적으로 약 2조 4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시장 역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고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짐에 따라 기업 및 PEF에겐 인수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지난해에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 자산시장 냉각,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M&A 시장이 부진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경기둔화 시기에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 인수를 위한 최적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군 별로는 소비재 분야에서 지속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많은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온라인, 간편식, 친환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식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현지 농장이나 공장을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호텔이나 레저 분야에서는 낮아진 밸류에이션으로 M&A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에너지와 유틸리티, 소재 분야에서는 탈탄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만큼 고탄소배출 사업부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배터리 관련 핵심 금속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 광산 및 관련 업체 대한 적극적인 M&A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분야는 디지털과 플랫폼, 빅데이터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 기반 금융지주가 풍부한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금융사 M&A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하락한 시점인 만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해질 것이며 특히 미국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 및 조인트벤처 설립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재 및 자동차 분야에서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 공급망 확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ESG 투자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파워트레인 관련 부품 기업들의 구조조정형 혹은 합병 추진형 M&A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IT, 통신&미디어 분야에서는 기업 성장전략에 중요한 디지털 전환, 테크, 클라우드컴퓨팅, 데이터 기반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상존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필수 부품이나 원료 관련 M&A를 통한 내재화 노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둔화기임에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는 확대될 것이며 디지털화 및 커넥티드 역량 확보를 위한 이종 업종간 제휴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엔터산업의 경우 경기 침체로 실적이 둔화된 기업들이 매물로 나올 것이며, 콘텐츠 확보를 위한 플랫폼 업체들의 엔터 업체 인수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 대표는 "경기둔화기 진입에 따라 기업들의 관심사는 단기적으로는 사업구조조정 및 효율화,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찾기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며 "올해 M&A 시장을 이끌 주요 테마는 디지털 전환, 구조조정 및 포트폴리오 최적화, 공급망 및 인력 확보, ESG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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