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한은의 선택은
금리 격차 확대됐지만 동결에 무게 실려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올렸다. 그러면서 1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금리인상 사이클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한·미 금리 차는 22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달 한국은행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연준은 22일(현지 시각)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9번 연속 인상으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권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불안정한 금융권 상황 때문에 일각에선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어 이날 금리 피벗(정책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은 1차례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였다. 점도표상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5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 5.00~5.25%에 도달한 이후 내년 3월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월 0.25%포인트 인상을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며 "5월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통한 최종금리 5.00~5.25%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5월 FOMC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월 성명서에서의 '계속된 인상'이 적절할 것이란 표현에서 3월 성명서에는 '약간의 추가적인 긴축'으로 수정됐다"며 "5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거나 25%포인트 추가 인상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3.5%)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2000년 5~10월(1.5%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이다.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유출과 함께 원화 약세가 이어진다. 이는 곧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의미하고, 수입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자극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에 내달 11일 금융통화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는 금리 격차 확대가 기준 금리 인상에 크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줄곧 "한·미 정책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지난해 10월 환율이 1440원대까지 올랐을 때 한미 금리차가 0.75%포인트였던 반면 1월초 환율이 1220원으로 내려왔을 때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였다"며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는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런 것들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박기영 금통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결정은 결국 미 연준이 얼마나 기준금리를 결정할지가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원칙적으로는 우리의 임무인 물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변수로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대다수가 향후 물가와 성장 추이,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지표를 보면서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4억 통장·이름도 가짜…4년만에 막내린 유부남의 ‘사기결혼’ - 시사저널
- 청구서 꺼낸 日…“기시다, 위안부 합의 이행·후쿠시마산 수입 요구” - 시사저널
- [르포] ‘백종원의 마법’ 실현된 예산시장, 무엇이 달라질까 - 시사저널
- [단독]이수만, SM 매출 21억 홍콩으로 뺐다 - 시사저널
- ‘PD·통역사도 JMS 신도’ 폭탄 맞은 KBS…“진상조사 착수” - 시사저널
- ‘女신도 성폭행’ 부인하는 JMS 정명석, 검찰총장까지 나섰다 - 시사저널
- 분노 번지는 서울대…학생은 대자보, 교수는 “압수수색” 꺼냈다 - 시사저널
- “덕분에 잘 고소했다” 일장기 건 세종시 부부, 법적 대응 예고 - 시사저널
- 밀려나는 리커창이 시진핑 겨냥해 던진 한마디 - 시사저널
- 저녁 6시 이후 금식?…잘못된 건강 속설 3가지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