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눌린 금호·넥센타이어, 올해 수익성 회복 고심
대규모 해외투자에 물류대란 악재까지
올해 현금창출력 회복 관건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빚을 내 해외투자를 늘린 국내 타이어업체 금호타이어(073240)와 넥센타이어(002350)의 올해 주요 과제로 ‘수익성 개선’이 떠올랐다.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의 악조건 속에서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해 차입부담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단기차입금 1년 새 두 배
23일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차입금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가량 늘어나 현금운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유동성 차입금은 1조51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562억원 대비 100% 늘어난 수준이다. 항목별로 보면 단기차입금이 4834억원에서 9568억원으로 97.9% 늘었고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2536억원에서 5337억원으로 110.5%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통상 빌릴 때부터 만기가 1년 내로 정해진 차입금을 의미하며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만기가 1년 내에 도래해 곧 갚아야 하는 장기차입금을 말한다.
재무부담 늘린 해외투자
두 업체의 차입부담이 늘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해외투자가 꼽힌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해 물류비와 원재료비를 줄이고 공급을 확대한다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가 완료될 때까지 투자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 2021년 34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판정을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베트남에서 타이어를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베트남 공장 증설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넥센타이어는 2015년부터 회사의 명운을 건 유럽 체코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1조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체코 생산기지 건설은 현재 2단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약 7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고 2단계 증설에는 총 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은 넥센타이어의 가장 큰 시장으로 전체 매출의 33.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로선 현지 생산을 통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물류비 등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시장이다.
현금창출력 얼마나 회복할까
관건은 현금창출력의 회복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악조건 속에서 차입금을 확대한 탓에 재무부담을 줄이려면 올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로 꼽힌다. 대환대출(리파이낸싱)로 차입금 만기에 대응하더라도 벌어들이는 돈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이상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경영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적자를 내다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익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상적인 영업구조를 갖춘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금호타이어는 여세를 몰아 올해 매출 목표를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4조2700억원으로 설정했다.
넥센타이어는 2020년부터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다 결국 지난해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2조597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5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증설 중인 체코 공장이 준공 후 얼마나 실적에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물류대란으로 타이어업계의 원가부담이 상당했다”면서도 “올 들어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빠른 시일 내 재무부담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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