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채권 사는 투자자들"…은행위기 피해 아시아로 돈 몰린다

김희정 기자 2023. 3. 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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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실리콘밸리은행)에서 CS(크레디트스위스)까지 은행 위기가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아시아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려는 글로벌 펀드들이 이머징 아시아 채권을 피난처로 인식하고 있는 것.

━에버딘 "한국 채권 내년까지 보유할 것"비중 확대━아시아 채권에 쏟아진 '뜻밖의' 매수세는 글로벌 은행 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려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금리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변동하자 대체할 피난처를 찾은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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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에버딘 등 한국 채권 8개월 만에 최대 매입…
태국·인도 채권도 "아시아, 신용위험서 잘 격리"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관련 뉴스를 살피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위기에 빠진 세계적 투자은행 CS를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2023.3.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VB(실리콘밸리은행)에서 CS(크레디트스위스)까지 은행 위기가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아시아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려는 글로벌 펀드들이 이머징 아시아 채권을 피난처로 인식하고 있는 것.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에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고 인도네시아 채권에는 1월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해외 자금은 태국과 인도 채권도 사들였다.
에버딘 "한국 채권 내년까지 보유할 것"…비중 확대
아시아 채권에 쏟아진 '뜻밖의' 매수세는 글로벌 은행 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려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금리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변동하자 대체할 피난처를 찾은 여파다. 블룸버그는 이 지역의 통화 가치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정점 징후가 채권 투자자들에 안정감을 줬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에버딘(Abrdn)이 대표적이다. 에버딘은 만기가 긴 미국 국채를 줄이는 대신 저평가된 신흥시장 채권을 사고 있다. 싱가포르의 아시아 국채 책임자인 케네스 아킨테웨에 따르면 이 자산운용사는 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한국의 원화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도 글로벌 충격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비슷한 증권을 매입하고 있다.

3월 17일 마감 주간 외국인 아시아 채권 순매수 현황/출처=블룸버그

이 펀드 매니저는 "한국 채권이 매도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해왔으며, 그 시기는 아마도 내년까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시장이 더 많이 매도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시장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메이뱅크증권의 채권 리서치 책임자인 윈슨 푼은 "이머징 아시아 채권은 이 시점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더 잘 보호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피난처가 될 수 있다"며 "또 은행 위기가 악화되고 글로벌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지지 않는 한 아시아 지역은 신용 위험 여파로부터 보다 잘 격리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개도국 채권 수익률 '아웃퍼폼'… 통화 안정세도 도와
실제로 지난주 개발도상국 채권은 1.4%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글로벌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매력을 높였다. 반면 유럽, 중동, 아프리카 채권은 1% 하락했고 라틴아메리카 채권은 2% 가까이 하락했다.

신흥 아시아 통화가 최근 며칠 동안 상대적으로 잘 견딘 것도 채권수익률을 고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주 한국의 원화, 태국의 바트, 대만 달러가 23개 신흥국 통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민 다이 등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리서치 노트에서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한 실물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가벼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펀더멘털도 신흥 아시아 채권에 우호적으로 보인다. 한국과 필리핀,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경제의 2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경제학자들의 예상치를 밑돌아 물가 압력이 정점에 달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앤드류 틸튼을 비롯한 골드만삭스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메모에서 아시아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중남미와 중부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코로나 억제 정책의 반전 덕분에 아시아 경제 성장세는 글로벌 신흥국에 비해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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