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폐암 신약 '렉라자' 1차 치료제 도전 … 글로벌 임상 순항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의 신약후보물질들이 해외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신약 탄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한양행의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이 순항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치료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무진행 생존기간(PFS·progression-free survival) 개선 결과를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에서 상세한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2020년부터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
이 임상시험 일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에 대한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은 게피티니브(상품명 이레사정)에 비해 질병 진행 혹은 사망의 위험을 55% 감소시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렉라자 임상3상 연구를 이끌고 있는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다국가 임상 3상을 통해 레이저티닙이 1차 치료제로서 일차 평가목적을 달성하게 돼 고무적"이라며 "전 세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임상3상의 결과 분석을 통해 1차 치료제로서 레이저티닙의 유효성이 확인돼 이달 17일 국내 적응증 확대를 위한 1차 치료 적응증 추가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 강력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렉라자는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를 복용하며 생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3세대 표적 치료제다.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7월 1일자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며 본격적인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특히 뇌 혈관 장벽(BBB·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 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심장 독성 우려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개발사인 얀센 역시 렉라자와 얀센의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글로벌 병용 3상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을 통해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제 진입, 기존 치료제 내성환자를 위한 다음 치료옵션 등을 위한 다각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렉라자와 리브반트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 복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상대로 뛰어난 반응률 등을 보였다.
얀센의 모기업인 존슨앤드존슨(J&J)은 렉라자 병용요법 시장 가치를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CEO 전략 콘퍼런스에서 2025년 이내 연간 5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는 파이프라인 5개 중 하나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지목했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약후보 물질들도 글로벌 임상이 확대되고 있다.
유한양행의 퇴행성디스크 치료물질 YH14618(SB-01·레메디스크)의 임상3상 환자 투여도 본격화됐다. YH14618의 기술수출 파트너사인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는 지난해 5월 첫 환자 투여를 개시했으며,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개발 마일스톤 200만달러를 수령했다. 또 다른 기술수출 신약물질인 기능성 위장관질환 치료제 YH12852(미국 내 후보물질명 PCS12852)도 본격적인 미국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유한양행 기술수출 파트너사인 미국 프로세사 파마슈티컬즈는 위무력증 치료제 후보물질 YH12852(PCS12852)에 대한 미국 내 임상 2a상 환자 등록을 완료하고 임상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역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2021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이 NASH 및 간질환 치료를 위한 이중작용 혁신신약(유한양행 과제명 YH25724)의 임상 1상을 유럽에서 진행 중이다.
2024년 특허 만료를 앞둔 졸레어(알레르기 치료제) 대비 lgE 억제효과 및 효과 지속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렉라자 다음 성장동력으로 타깃하고 있는 YH35324 역시 후기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글로벌 빅파마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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