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프라서 서비스까지 …'한국형 AI 풀스택' 해외 진출
이동통신 업계가 통신업을 넘어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KT는 인공지능(AI)에 방점을 찍었다.
KT는 챗GPT로 촉발된 AI 열풍에 발맞춰 초거대 AI 상용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실제 산업에 가장 빠르게 활용되는 초거대 AI를 개발해 대한민국의 AI 경쟁력을 전 세계와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 AI 풀스택 인프라 구축하는 KT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KT가 집중하는 분야는 AI 인프라스트럭처다. KT는 AI 반도체 같은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풀스택'을 올해 안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KT는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moreh)'와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에 전략 투자를 진행하며 한국형 AI 반도체 풀스택을 위한 동맹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KT는 AI 산업 공룡인 엔비디아에 대한 국내 AI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고, 대한민국 AI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고자 한다. 또 KT는 이미 KT클라우드를 통해 AI 개발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빌려 쓸 수 있는 종량제 인프라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을 지원하고 있다. KT와 리벨리온이 개발 중인 AI 반도체가 상용화된다면 별다른 제약 없이 연동 작업을 통해 HAC에 적용해 제공할 수 있다.
KT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3'에서도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제작 기술과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을 전시해 자사의 AI 풀스택 경쟁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KT와 KT클라우드, 리벨리온, 모레는 AI 풀스택을 통해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한국형 AI 반도체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고, 전 세계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KT의 AI 풀스택 구축 노하우를 이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팽창하는 상황에서 인프라 수준부터 적극적 투자를 진행해 AI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달러(약 72조원)에서 2026년 861억달러(약 112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KT는 2020년 대한민국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 대표 산학연이 모인 협력체 'AI 원팀'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LG전자, 우리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는 AI 원팀은 인재 양성부터 AI 생태계 구축과 디지털 전환, 최신 AI 알고리즘 연구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 초거대 AI 상용화해 다양한 응용 서비스 제공
KT가 AI 원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준비하고 있는 초거대 AI '믿음(Mi:dm)'은 2023년 상반기 2000억파라미터 이상의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거대 AI는 컴퓨팅 인프라를 바탕으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하는 AI를 말한다. KT의 믿음 또한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인간과 공감할 수 있는 AI를 목표로 한다. 적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 의도를 해석하고, 상황에 맞춰 말투나 목소리를 바꾸는 것과 같이 '사람에 더 가까운 대화'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KT는 이러한 믿음의 특징을 활용해 AI 전문 상담, AI 감성 케어 같은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AI 전문 상담은 전문 영역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학습해 AI 형상화와 개인화 TTS(Text to Speech) 기술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일례로 KT는 지난해 11월 AI 전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오은영 AI 육아 상담 서비스'를 시연한 바 있다. 지니TV의 음성대화 기능을 사용해 육아에 관한 내용을 AI 오은영 박사와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이다.
AI 감성 케어는 과거 고객과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고객의 취미나 좋아하는 장소 등 기호를 인지해 감성적인 대화를 나눈다. 시니어 고객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먼저 말을 건네고, 상황이나 대화를 요약해 보호자나 관련 기관에 전달할 수도 있다.
KT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AI 통화비서, 기가지니, AI 콘택트센터(AICC), 인포테인먼트(IVI), 로봇 등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중 하나로 KT는 지난해 12월 클라우드 콘택트센터 'KT A'Cen Cloud(에이센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에이센 클라우드는 기업 고객이 간편하게 AICC의 셀프 가입과 구축,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AICC는 AI를 활용한 지능형 고객센터로, 실제 사람이 아닌 AI를 활용한 콜봇이나 챗봇이 소비자의 질문에 답변한다. 국내 AICC 분야 강자인 KT에서 선보인 에이센 클라우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AICC 서비스로, 클라우드 위에 통신 인프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AI 솔루션까지 종합해 올인원으로 제공한다.
KT는 이 밖에 자체 개발한 3대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물류 분야에서도 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적절한 운송 경로를 추천하는 솔루션 리스포(LIS'FO), AI로 물류센터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 리스코(LIS'CO), 수요·공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주와 차주를 연결하는 플랫폼 브로캐리(Brokarry)다. 지난 1월에는 롯데온과 협력해 전국 70여 개 롯데마트를 대상으로 리스포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유통업계에 디지털 물류를 적용한 바 있다.
AI 기술이 개인 일상과 산업 전반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는 가운데 KT는 한국형 AI 반도체 개발부터 AI를 접목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글로벌 AI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다는 구상이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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