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최고속 D램·연산 가능한 메모리 첫 개발 … 반도체 혁신 이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어려운 시장 환경을 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개발과 강한 기업문화를 통해 다가올 업턴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 양대 시장인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AI)과 오토모티브향 고객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신년 인사에서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세상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도전받을 때 더 강해지는 DNA를 기반으로 모두 원 팀이 되어 이번 도전을 극복하고 한 단계 레벨업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AI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SK하이닉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하면서 AI는 일반 사람들도 체감하는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현실에 구현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더 빠르게 처리하는 기반 기술에 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요구사항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시대 기술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이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2E와 HBM3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초격차 1위로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HBM 최신 세대인 HBM3는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819GB(기가바이트)에 달해 초고속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성능을 기존 D램 대비 현격하게 높인 차세대 D램 HBM은 AI 시대 빅데이터 처리에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AI나 머신러닝 등 미래 핵심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틀을 깬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 역할을 맡고, 사람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연산 기능은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나 GPU가 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는 이런 관념을 깨고 연산도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인 PI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PIM이 적용된 첫 제품으로 'GDDR6-AiM' 샘플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16G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나 GPU에 함께 탑재하면 특정 연산의 속도는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GDDR6-AiM은 머신러닝과 고성능 컴퓨팅, 빅데이터 연산과 저장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CMS 개발에도 성공했다. CXL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GPU, AI 가속기와 같은 다양한 솔루션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CXL의 장점은 '메모리 용량의 유연한 증가'다. GPU, SSD와 같이 메모리카드를 장착해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인터커넥트 기술이 메모리와 가속기를 모두 지원한다는 기술적 특징에 주목해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CMS는 고용량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는 CXL의 장점에 더해 빅데이터 분석 응용 프로그램이 자주 수행하는 머신러닝과 데이터 필터링 연산 기능까지 함께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를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모바일 D램 LPDDR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동작 속도를 LPDDR5X 대비 13% 빨라진 9.6Gbps까지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제품이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규격명인 LPDDR5 뒤에 '터보'를 붙였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부터 이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IT 업계는 앞으로 5G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 속도, 용량, 저전력 등 모든 스펙이 고도화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SK하이닉스는 LPDDR5T의 활용 범위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AI와 머신러닝, 증강·가상현실(AR·VR)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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