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025년까지 모든 차종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대전환
"연구개발(R&D)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보다 완벽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 초 새해 메시지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684만5000대를 판매해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기준 완성차 그룹 3위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를 화두로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해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와 혁신적인 사용자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차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가공해 지속적인 혁신 서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은 SDV 개발 체계 조기 전환과 미래차 시대의 신속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국내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MECA' 실현을 위해 어느 때보다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 간 소프트웨어 서비스 출시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자체 개발한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고객들이 이미 익숙한 스마트폰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해 다양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한다.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방대한 모빌리티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의도를 파악하고 명령의 맥락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복잡한 기술과 사용법을 습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총체적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모빌리티 디바이스들이 하나의 도시 운영 체계 아래에서 서로 연결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 예정이다. 하나의 계정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목적기반차량(PBV), 로보택시, 로봇 등 현대차그룹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디바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이는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 제공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내부 인재 양성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 영입과 대외 협력을 추진한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며 SDV 개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적의 고객 맞춤형 솔루션 구현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술·비전을 발표하는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 행사를 열고 SDV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의 현대차그룹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이 2022년 말 기준 약 1000만대에서 2025년 2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은 수많은 커넥티드카에서 생성하는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없던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고객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도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 체제로 기업의 구조를 전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기업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품·모듈 공용화, 설계 효율화, 다양한 서비스 출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에 따른 결과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상품성 강화, 신사업 발굴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하고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고도화·내재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총 18조원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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