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풍부하지만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계절·지역별 편차 때문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사흘 일정으로 ‘2023 유엔 물 회의’가 개막했다. 유엔은 46년만에 처음으로 ‘물 지키기’ 회의를 열어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물을 잘 관리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23~24일 이 자리에 참석한다.
물 부족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자 한국의 고민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21년 공개한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의 진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물 스트레스가 85.52%로 매우 심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하천과 해양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이 많아 사용 가능한 수자원은 많지 않다.
FAO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재생가능한 담수 자원’은 2018년 기준 약 697억㎥인데, 이는 남미 페루처럼 물이 풍부한 나라의 3.7%, 한국보다 면적이 작은 파나마의 절반 수준이다. 사막과 초원이 많은 몽골과 비교해도 2배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은 강수량의 계절별, 지역별 편차가 크다. 국내의 연평균 강수량은 대체로 1300㎜ 안팎인데 이는 전 세계 평균 강수량의 1.6배 정도다. 지난해처럼 연간 강수량이 1150.4㎜로 평년 대비 86.7% 수준이었던 해에도 전 세계 평균보다는 비가 많이 오는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강수량은 평년 기준 71.2~102.9㎜ 범위로 연간 강수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는 겨울철 강수량이 71.6㎜로, 평년 범위에 가까스로 들어섰고, 2021년에는 13.3㎜로 극심한 겨울 가뭄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1~5월 사이의 강수량이 160.9㎜로 관측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적었다.
계절별 편차가 크다 보니 여름에는 물을 가둬놓을 곳이 없어서 흘려보내야 하고, 겨울에는 물이 부족해서 하천이 말라붙고,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된다. 국내 수자원 가운데 각종 용수로 이용되는 비중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전체 강수량을 1인당으로 나눈 강수 총량은 연간 2546㎥로 세계 평균의 17% 정도 수준이다.
지역별 편차 역시 문제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부지방과 남부지방과의 강수량 차가 532.5㎜로 1973년 이래 가장 컸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강수량은 역대 세 번째로 적었고 현재까지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봄과 겨울마다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남부지방과 도서지역에서 가뭄이 반복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1인당 물 사용량은 전 세계 3위에 자리 잡을 정도로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295ℓ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120ℓ 안팎인 유럽국가의 2배가 넘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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