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지난해 원료비로 30조 썼다···1년새 70% 늘어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양극재 등 원재료를 사들이는 데 총 30조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만에 무려 70% 늘어난 규모로, 이들 회사의 한 해 매출 60%에 달하는 금액이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 가격은 지난 3년간 2배가량 뛰었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리튬 같은 핵심 광물의 가격변동성을 판매가에 전가하는 ‘판가연동’을 통해 원료비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방어해오고 있다.
23일 경향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 극판(양·음극), 조립·팩 자재 등의 원재료를 사들이는 데 총 30조6076억원을 썼다. 지난해 배터리를 팔아 번 매출액(50조7826억원)의 60.2%나 되는 수준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원재료 부담도 늘었다. 3사의 배터리 부문 매출은 2021년의 31조8359억원에서 59.5% 증가했다. 원재료 구입비는 같은 기간 70% 늘어나 증가율이 더욱 가팔랐다.
구체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4조7348억원, 삼성SDI가 10조8736억원, SK온이 4조9992억원을 원료비로 지출했다. 매출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57.6%로 가장 낮았으며 후발 주자인 SK온이 65.6%로 가장 높았다. 시장 장악력이 큰 업체일수록 ‘구매력’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 대비 원료비 비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53.4%에서 57.6%로 4.2%포인트 늘었고, 삼성SDI가 6.3%포인트(55.6%→61.9%), SK온은 0.2%포인트(65.4%→65.6%)의 변화를 보였다. 평균 약 3%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된 지난 3년간 원료비 부담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한국의 포스코퓨처엠(전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 일본의 니치아, 중국의 BTR 등에서 양극재·음극재 등의 재료를 사들인다. 이 가운데 용량·전압을 결정짓는 양극재는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양극재를 구성하는 ‘양극활물질’의 평균 가격은 2020년 ㎏당 25.47달러에서 2022년 47.4달러로 86% 상승했다. 핵심 광물인 리튬의 국제가격이 같은 기간 10배 넘게 상승하면서 활물질 가격도 들썩인 것이다.
다만 원재료 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했음에도 배터리 업계의 매출 대비 원료비 비중 증가율이 한자릿수(3%포인트)에 그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나날이 무거워지는 원가 부담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판가 연동’이 그 비결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주요 광물의 가격상승분을 배터리 가격에 연동해 판매하고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원료비 때문에 배터리를 팔아 얻는 마진이 줄어들거나 심지어 손실을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비용 리스크를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전기차 시장은 철저한 공급자 위주 구조다. 배터리 업체가 ‘슈퍼을’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각 회사가 원재료 리스크를 판가 연동을 통해 상쇄해 왔기 때문에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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