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위기단계…비은행 부동산PF 위험규모 115조(종합)
기사내용 요약
부동산PF 우발채무 보유 건설사 44곳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를 지속했다.
또 비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115조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기업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건설사 36%는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우발채무를 보유한 건설사도 4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5곳은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5개월 연속 위기단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FSI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올해 2월 말 현재 21.8로 위기 수준을 지속했다. 금융불안지수는 지난해 3월(8.5) 주의단계에 진입한 후 지속적으로 올라 같은해 10월 23.5로 임계치를 넘어섰다. 이후 11월 23.1, 12월 22.1, 올해 1월 22.7, 2월 21.8로 5개월 연속 위기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 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에 들어선 때는 2008년 금융위기때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두 차례로, 이번이 세 번째다.
가장 최근에 위기 단계에 진입한 것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24.6)이다. 이후 3개월 간 2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에도 9.3을 기록해 주의단계에 진입한 후 6개월 만인 같은 해 7월(22.0) 위기단계에 진입해 10개월 연속 '위기 단계'가 이어진 바 있다. 2008년 12월엔 57.6까지 뛰어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은 경제주체의 신용위험 및 대외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구조의 취약성, 금융부문간 높은 상호연계성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대내외 여건 변화에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불안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4분기 단기 채권 시장 불안으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며 "그러나 이 부분은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 부분이 안정되면 지수도 점차 하향 안정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은행 부동산PF 익스포저 115조5000억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은행권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115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을 포함한(새마을 금고 제외)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5.9%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여전사가 432.6%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0% 등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여전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가 5년 새 4.2배 늘어나는 등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주택이 늘어날 경우 PF대출 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전사, 저축은행 등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PF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는 여전사가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4.2배가 늘어났고, 저축은행 3.4배,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3.1배, 보험 1.7배 등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PF대출의 상환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이 큰 폭 상승하는 등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이 대부분의 업권에서 다소 악화됐으며, 비은행 등 일부 업권의 경우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36%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 못해…우발채무 보유 건설사 44곳
한은이 지난해 9월 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비금융 상장기업 중 건설업 72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 비중이 36.1%로 전년(28.9%)보다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분양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건설업의 재무위험이 커진 영향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방 중소 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추산 결과 지방의 중소 건설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2018년 8.2%에서 지난해 말 16.7%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업의 중위 부실 위험(기업이 1년 후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0.613%로 2021년 말(0.603%)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부실 위험이 5%를 초과하는 '부실위험 기업' 비중도 2.8%도 전년과 비슷했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경기 위축, 미분양주택 누증 등 건설업 영업환경 악화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되면서 부실위험이 소폭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일부 건설기업의 경우 상당 규모의 부동산PF관련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동 우발채무 현실화시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중도금 대출 보증 등 기타 채무 보증을 모두 포함할 경우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를 보유한 건설사는 44개로 나타났다. 특히 5개사는 우발 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상장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 이지만, 우발채무 현실화시 일부 기업의 부실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분양을 통해 자금이 공급돼 최종 청산되는 부동산 PF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동산 PF 부실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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