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시간 벌었다지만…美 금수조치 못풀면 中공장 못돌려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 연장 주력해야…장기적으론 '탈중국' 준비 목소리도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규정에서 중국 내 제한적 증설(10년간 5%)을 허용하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중국 공장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다만 올해 10월이면 끝나는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유예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중국 내 공장에서 기술적 측면의 확장을 제한하진 않았지만 반도체장비 반입이 제한되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설 내 기술 고도화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데 정부와 업계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투자와 관련한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는 준비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규제를 통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6㎚ 이하 로직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조치는 미국의 포괄적인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조치였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에 대해선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했다. 올해 10월이면 이 유예 조치가 만료되기 때문에 7~8월쯤 재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제재 유예 조치가 이례적이라 유예기간 추가 연장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게다가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떠나 연장이 되더라도 조건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우선 수출 통제 조치 유예 연장을 약속받아야 한다. 미국이 반도체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 공장 내 기술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공장의 경제성이 현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장비 수출이 막히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기술 지원도 막히면서 중국 공장은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 생산의 약 5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네덜란드도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KLA, 램 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3곳이 있다. 이들 3개 기업이 세계 3위 반도체장비 업체인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세계 1위 노광장비 업체 네덜란드의 ASML과 함께 반도체장비 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제품이 없으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유예와 관련해 정부가 재차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미 양측이 반도체 보조금 및 대중 수출통제와 관련한 조율이 이뤄질지도 업계의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유예 기간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연장이 가능하다면 그 기간도 1년이 아니라 2년~5년으로 장기간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訪美)에서 상당부분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탈(脫)중국'과 생산거점 다변화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받더라도 10년간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를 5%(범용 반도체는 10%)까지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됨으로써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앞으로 중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중 관계의 격랑에 따라 언제든 중국 내 투자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등을 돌리는 것도 선택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경기 용인에 710만㎡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를 조성하고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탈중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생산 베이스에 대해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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