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5개월째 ‘위기’···“SVB 여파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도”

이윤주 기자 2023. 3. 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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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지수(FSI) 추이. 한국은행 제공

주요국의 통화긴축, 부동산 부진, 신용위험 등으로 국내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째 ‘위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전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고, 특히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23.5) ‘위기’ 단계(22 이상)에 들어선 뒤 5개월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지난해 레고사태 이후) 시장 안정화 조치 등에 힘입어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를 유지했다”며 “특히 경제 주체의 신용위험과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 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5.1%로 3분기(224.7%)보다 0.4%포인트 소폭 올랐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한 분기 사이 105.4%에서 104.7%로 낮아진 반면, 기업신용 비율은 119.3%에서 120.4%로 상승했다. 가계빚은 증가세가 줄고, 기업대출은 높은 증가율을 유지한 것이다. 한은은 “원자재가격 상승, 대기업 중심의 대출 수요 등으로 기업 대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와 같은 사태가 악화할 경우 자본유출 우려 등 금융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일단 한은은 최근의 은행 불안 사태가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 국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SVB와 달리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로 총 자산중 채권 비중이 낮고 이에 연계된 금리 위험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취약한 고리는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전세계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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