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성과를 올리는 PMI 마법공식 제2편: KPI 솎아내기[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3. 3. 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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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대표 taeyub.kim@affirmacapital.com
이 기사는 03월 22일 16: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다행이다. 전편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지난 한달간 다양한 분들의 질문 공세와 커피챗, 소주챗 호출을 받았는데, 공짜 음료들 너무 감사할 뿐이다 냠냠 (근데 왜 인스타 팔로워는 안 늘지…).

여하튼, 이제 금리도 슬슬 그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 같고, 단기 불황, 중장기 회복이라는 종착역에 느리지만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 물론 가던 중에 최종 보스 몬스터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자, 그럼 지금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해야하나? 아, 시리즈물을 하니 스포가 되어버려서 드립치기가 어렵다. 그냥 진도를 뽑자. 그렇다, 이제는 지금 갖고 있는 우리의 사업 안에서 포텐을 극대화할 때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여기서 사업의 마법, 지구자전만큼이나 명확한 '돈버는 공식'을 알려드리겠다. 그것은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면 이익이 늘어납니다".

끝. 너무 쉽지?

죄송하다. 역시 인생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필자가 말하는 그대로만 따라하면 뻥 좀 보태서 1년 안에 영업이익을 최소 10% 정도는 올리는 잔기술들을 나누겠다. 반드시 실천하고 한턱 쏘시라. 종종 현직에 있으면서 이렇게 비법들을 다 퍼주면 뭐가 남느냐고들 하시는데, 사실 수많은 재태크 유튜버들이 부업하는 법, 스마트 스토어 만드는 법, 콘텐츠 만드는 법, 경매하는 법, 주식 투자하는 법 등등등을 노래하지만 실제로 따라하는 사람은 1만명 중 하나도 안된다고들 한다. 똑같다. 읽지만 말고 제발 따라하셔달라.

우선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 성과 지표)가 왜 중요한지는 설명하지 않겠다. 입아프다. 여러분이 다 알고 있으시다! 왜냐고? 여러분과 나의 최대 취미인 '다이어트'와, 오늘 설명하려는 KPI 관리를 통한 성과 개선은 정확히 그 원리가 100% 일치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멋진 몸매, 날씬한 내장지방을 원하지만, 하루 아침에 되진 않고, 그래서 매일 결심은 하는데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굶기 시작하면 좀 빠지는 것 같긴 한데 근손실 이후 요요가 일어나고, 까딱 잘못하면 피부 트러블과 배변 불량의 부작용에 장기간 시달린다. 어, 남의 이야기가 아니신가?

요걸 번역하면, 

누구나 경쟁사 대비 이익율을 더 높이고 싶어서 매년 영업이익 목표, 매출 성장 타겟은 정하는데, 그렇게 정한다고 하루 아침에 마진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목표는 설정하지만 정확한 방법은 아무도 안 가르쳐주고, 그래서 그냥 쌈마이 원재료를 투입하고 capex, 마케팅 budget을 줄이면 처음에는 이익률이 좋아지는 것 같긴 한데 슬슬 고객이 도망가고 불량률이 올라가서 매출은 빠지고 까딱 잘못하면 브랜드 가치 손실과 기술 도태가 일어나서 시장 점유율 하락 및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인한 이익률 극감에 들어갈 수 있다. 오잉?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자, 그래서 오늘은 쉽게 쉽게 다이어트 전도사가 진짜로 하기 쉬운 것 위주로 좀 알려드리겠다. 그렇게 고른 것이 바로 KPI. 즉 뭘 측정해야 하는지 잘 정의하고, 그걸 잘 관측하고, 되짚어만 봐도 최소한 1-2년 안에 영업이익이 5-10% 정도는 늘어날 수도 있는 (아님 말고) 비법!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Garbage-in, Garbage-out

필자가 수년 전 A모 중견 그룹으로부터 비주력 자회사인 B회사를 인수했을 때의 일이다. 중공업 분야에서 완만하지만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판매 및 생산 법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글로벌 top 5의 입지를 구축한 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필자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필자가 좋아하는 놀이 중에 최애하는 것이 진주같이 빛나는 경영진들이 어디어디 숨어있을지 뒤져보는 것인데, 글로벌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시니어 경영진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B회사야 말로 필자가 제일 사랑할 수 있는 놀이터였던 것이다. 

다른 여타의 딜처럼, 인수가 끝나고 기존 경영진과 새롭게 파견한 임원들을 모아두고 첫 3개월간 보고 체계도 점검하고, 우리 입맛에 맞게 보고 포맷도 좀 고치고, 어디 팔 만한 유휴 자산은 없는지, 개발해 두고 안쓰는 IP는 없는지 여기저기를 뒤져보고 있던 찰라, 어라 뭔가 좀 쎄한 느낌이 드는 숫자들이 올라왔다. 그것은,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재고 회전일수의 꾸준한 증가! 

뭐 이딴 거를 챙기나 하시는 독자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흑자부도의 위기를 여러번 멍청하게 겪은 필자로서는 재고 회전일수의 증가가 호환마마만큼이나 무섭고 싫은 놈이다. 특히 수주 산업이면서 각국 고객사 근처에 생산공장이 있는 제조업의 경우, 물류/판매 과정에서 잠기는 제품들이 많지 않고, 게다가 B2B 사업의 경우 연말에 매출이 급증하는 걸 대비하여 재고를 쌓아두는 일부 B2C 같은 계절성(Seasonality)이 통상 없기 때문에 재고 회전일수의 증가는 결국, 

- 못쓰는 재고가 많아지든지, 
- 영업이 엎어져서 팔기로 했던 제품이 안팔렸든지, 
- 매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실제 대비 너무 많이 생산을 했든지, 
- 예전에 이미 못쓰게된 불용 재고들을 상각하지 않고 그냥 계속 주구장창 쌓아두고 있든지, 
- 아니면 장부에서 다 빼먹고는 재고는 있는 척하는 것이든지(각주: 이게 대표적인 분식 방법인데, 이러면 매출과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재고는 변함없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발현된다) 등등.

다양한 진흙탕 구렁텅이의 예고편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분식회계만 제발 아니어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B회사의 전세계 판매 및 생산법인들에 있는 재고품들을 전산상 장부 숫자와 비교하여 전수조사하기 시작했다. (아, 실사 때 꼼꼼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인생은 왜이리 왕꽈배기인가!)

떨린 마음으로 한 두 달을 뒤져댔나, 원인은 너무나 엉뚱한 곳에 있었다. 한 때 고속 성장을 경험했다가 지금은 좋은 말로 하면 안정권, 박하게 이야기 면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 돌입하면서 급하게 깔아둔 각 지사별 ERP 체계는 불행하게도 제각각이었다.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는 유형별 재고 금액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수치만 관리하고 있었는데(사실 이것도 훌륭하다!), 전산을 타고타고 올라가봤더니 법인별로 재고들을 분류하는 코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X001, X002 어쩌구라고 분류된 본사의 재고는 실제 몇몇 해외법인에서는 X00이라는 하나의 코드로 뭉뚱그려 관리되고 있었고, 생산 과정에서 X001을 써야 하는데 실제 현지에서는 X002 재고만 잔뜩 있으니 X00 코드에 해당하는 물품을 보내달라고 주문하고, 그럼 필요한 X001도 오고 필요 없는 X002도 배송이 와서 정작 현지법인에서는 X00 재고가 넘치게 되는, 정말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찐 필요한 재고는 없고 필요없는 재고는 넘치고, 본사에서는 또 보내줘도 늘 모자란다고 하니 안전재고량을 아예 더 넉넉히 주고 편하게 영업하려는 회계 손익 중심의 (괴상한) 경영 전략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악 내 돈!

더더욱 머리가 아팠던 부분은, 지금까지 A그룹의 성과 관리 체계가 연결 기준 회계 이익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는, 사실은 매우 훌륭한 체계으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런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지표 자체가 잘못 될 가능성',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숫자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 그리고 '개별 기준으로의 자회사/지사별 현금흐름 관리 오류 가능성'을 대뇌에서 미리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일단 우리는 (1) 현금 흐름 위주로 KPI 관리의 중심을 바꾸고, (2) 재고뿐 아니라 설비, 건설중 자산 등 실제 장부에 기록된 자산/부채와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실제 자산들을 (말도 안되게) 하나하나 전수 조사하기 시작했고, (3) 원인이 된 전산 체계의 오류와 더 근본적으로는 원인을 제공한 담당 경영진들을 바로 갈아엎었다. 까놓고 이야기 하면, (떡볶이) 분식 조사를 뒤늦게 한 것이다. 당시를 회고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지만, 투자하자마자 발견한 덕분에 경영진들에게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확실히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고, 그걸 계기로 발견한 비영업 자산을 신속하게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경영진의 반발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신제품 출시, 신기술 개발, 신시장 진출 없이도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는 마법의 KPI 관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비법을 공유해보자.  

원칙1: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회계, 특히 IFRS 기준으로 연결된 감사 가능 재무 지표, 너무 멋지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회계 기준이라는 멋진 수사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함정들이 너무 많다. 회계상 이익은 나는데, 회사에 현금이 없고 EBITDA는 쭉쭉 나오는데, 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일은 너무 흔하다. 자고로 “Cash is King!!!” 회계 숫자에 속지 말고, 현찰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간과되기 쉬운데 너무너무 중요한 지표를 몇 개 예로 들면, 

1) 재고 회전일수 및 그 추세 (특히 매출 성장률과 비교해서, 매출보다 재고회전일수가 더 빨리 늘어나면 가짜 매출이다에 내 왼쪽 새끼발가락 발톱 1㎜를 건다!)
2) 매출채권 회전일수 (특히 채권 연령별 상각률과 그 추이)
3) 리스 부채 및 렌털 자산 규모 및 조건 (자산 생산성을 지표로 관리하는 선진 기업일수록 경영진들은 자산들을 리스로 빼서 비용처리하고 마치 자산 생산성, ROCE가 높은 것처럼 우기고 싶을 인센티브가 증가한다. 성과급 마귀가 씌인 것이다!) 
4) “EBITDA - Capex & Opex - 경상 R&D 비용”의 증감 (필자는 EBITDA 보다 영업이익을 더 선호하는데, 자산 상각 기준 (정액 vs. 정률 vs. 가속)에 따라 EBITDA는 얼마든지 아로마 오일 마사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비슷한 건이 재고인식 기준인데, 예를 들면 환율 인상기에는 수입 원재료를 후입선출로 처리하면 마진이 극대화되도록 보이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차기 년도 '헬원가'의 원인이 된다.)  
5) 원가 및 판가의 환율 impact (환율은 '쌔뻑'의 영역이다. 사업의 영업이익을 정확하게 분리해내려면 환차익/환차손에 대한 규모를 파악하고 발라내야 한다)

원칙 2: 결과 지표가 아닌 원인 지표를 찾아라! 

두번째 원칙은 직관적인데, 결과 지표가 아닌 원인 지표를 반드시 '측정' 및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의 26년 염원인 다이어트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살을 빼고 싶어서 몸무게를 매일 측정한다고 치자.  리고 그걸 기록한다고 치자. 그게 진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한 두 달 자극은 되겠지만 몸무게는 결과 지표이기 때문에 평생 측정해봐야 줄어들지 않는다. 이쯤 되면 똑똑한 독자분들은 눈치채셨을 텐데, 진짜 몸무게를 줄이고 싶으면, 결과 지표인 몸무게보다는 원인 지표인 음식 섭취량/칼로리, 음식 섭취 빈도, 운동 종류별 시간/일 혹은 주별, 수면량 및 시간, 호르몬 수치 등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몸무게가 빠진다. 물론 이런 관리의 “방법”을 알아야 그 원인 지표를 고치거나 목적을 이룰 수 있겠다.  어쨌거나 결론은, 몸무게를 매일 10년간 측정한다고 살은 절대 저절로 빠지지 않는다(에 내 왼손모가지를 걸겠다 - 참고로 필자는 왼손잡이). 반대로 10년간 매일 5㎞씩 (대충 40분) 조깅을 하는 사람은 최소한 비만의 위험으로 부터는 훨씬 자유로울 것이다. 즉 원인 지표를 건드려야 결과 지표가 움직인다!

그럼 적극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관리해야할 원인 지표 KPI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업마다 너무나 다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들 중심으로 예를 들어 보자. 

1) 성장성: 매출 대신 수주 잔고, 고객 수 (신규/이탈), 고객당 매출액, 제품/서비스별 단가, 수주 성공율 (실주율) 등
2) 수익성: 매출원가 혹은 판관비율 대신, 인당 생산성, 주요 공정별 자산 생산성, ROAS, 고정비율, 변동비율, 제품별 원가율, 프로젝트 별 ROIC (목표 대비 달성율) 등
3) 안정성: 부채비율 대신 갚을 수 있는 능력, 차입금 coverage ratio (총 차입금/Operating Cash Flow) < 4~5, EBITDA/총 금융비용, 부채상환계수 (EBITDA/단기 차입금 및 이자비용) >1 등

아, 참 쉽쥬?

원칙 3: 꾸준히 측정하고 뒤돌아보라!

다이어트나 금연이 인생의 가장 이루기 힘든 꿈인 것은, 이노무 것들이 결심의 영역이 아닌 습관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슨 지표든 처음에 신속하게 잘 선정한 후, 이를 꾸준히 기록하고, '복습'하라는 점이다. 

반대로 필자가 아주아주 극혐하는 주간/월별/분기별 보고자료가 있으니, 인터뷰 형식을 빌린, 누가 뭐라 카더라를 통해 논리를 끄집어 내는 유형이다. 숫자로 정리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정보, 혹은 과거를 알 수 없는 단면적 데이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것.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질문 설계를 통해 결과를 너무나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극히 기초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단언컨대, "남들이 뭐라뭐라 카더라 그니깐 요렇게 합시다"는 경영의 탈을 쓴 초등학생 낙서 수준(혹은 고도의 정치적 모략을 기반으로 한 잡소리)이라고 보면 거의 99.9999% 맞다.  

그럼 뭘 봐야 하나?  

아까 이야기 했던 원인 지표, 그 중에서도 매일, 매주, 매달 측정가능한 것을 관리하고, 목표를 정해야 한다. 만약 여러분의 귀염둥이 회사가 (최소한) 지난 3년간의 행적이 남아있는 지표가 있다면 아주아주 우대한다. 사례를 들어 보자.  

이제 거의 10년도 넘은 C회사를 인수했을 때, 우리는 R&D/기술 중심의 창업주가 만든 기업 문화를 “영업 돌진 앞으로!”로 만들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영업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대표이사 보고 단계를 최소한 1-2개씩 줄이고, 임원/팀장들 전결 규정도 손을 봐서 자잘한 영업 결정은 직접하게 하고, 질러야할 건과 던져야할 건을 구분할 수 있는 ROIC 기준도 정해둬서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적절히 밀당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미칠 노릇이, 분명히 새로운 고객, 새로운 프로젝트는 잘 늘어나는데, 매출 성장율은 비리비리 하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그나마 천천히라도 개선되어야 할 고정비성 (영업) 판관비율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하도 이상해서 원인 파악을 요청했더니, 영업 조직에서 올라온 보고서는 가관이었다. 

“환율 상승과 대 중국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에 따른 업계 전반의 성장 정체, 그에 따른 경쟁 심화에 따라 단가 압력이 높아지고,  영업 환경도 따라 악화되도 있...”  아, 이 무슨 개뼉따구 같은 말이지? 빡침을 참고, 이 모호한 가십성 보고서를 받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꺼내 녹색창에 검색을 시전해 보았다. “X 제품 시장의 수출 현황”, 검색 뿅. 결과는 가관이었다. 

우리의 영업 팀이 너무너무 힘들다고 주장하는 그 시장은, 최소한 녹색창에서 검색한 결과 나오는 뉴스에 따르면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해서 해외 글로벌 업체들이 진입을 노크하고 있고, 경쟁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신규 투자를 활발하게 집행하고 있다'란다. 뭐냐!!?

답을 찾기 위해 CXO님들을 모시고 노동적 근면성을 가지고 데이터 파보기를 시전했는데, 그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당시 수주를 통한 매출 확보, 그리고 핵심 고객 의존도가 높은 X산업의 특성상 고객을 처음에는 좀 공격적으로 따내고, 야금야금 끼워팔기를 해서 매출과 이익을 높여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는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더니, 신규고객 하나는 어렵게 얻고, 기존 고객은 너무나 손쉽게 낼름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제품군별 매출과 채널별 매출만 막 파다보니, 고객별 retension과 고객별/제품별 마진은 놓치고 있었고, 제일 중요한 '경쟁사한테 빼앗긴 프로젝트'들이 진짜 돈을 버는지, 왜 이 수주를 놓쳤는지에 대한 복기 자료는 아예 남아있지도 않았다.  

자, 그럼 이보다 한 단계 더 깊은 근원 지표는 무엇이었을까? 이 역시 알고 나니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영업조직을 보강한답시고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모시고 왔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업인력의 퇴사율은 급속하게 올라가 있었다(전체 영업인원은 조금씩 늘고).  

영업 인력이 자꾸 바뀌니 핵심 고객 관리 (Key Account Management, 줄여서 KAM)는 후져졌고, 새로 뽑은 영업 사원은 자기가 기존에 잘 알던 고객을 경쟁사에서 뺏아오면서 '영업 인센티브'를 연속 발사하고 있으니 이른바 '돈 안되는 신규 고객' 비중만 자꾸 올라갔던 것이다. 이걸 모르고 지난 수개월 동안 보고된 '대학생 보고서' 같은 시장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성장을 위한 영업 인센티브 강화, 돌격 앞으로~”를 외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김태엽은 바보 당나귀다!!!

문제를 발견하자마자 우리는 영업조직 퇴사율과 인당 생산성 추이를 뒤져보고, 영업조직을 다잡고, 수주하지 못한 제품에 대한 마진 추정 복기를 시키고, 우리에게 중요한 핵심 고객사 세 곳을 위해서는 아에 전담 생산-기술-영업팀을 하나로 묶어 KAM 조직을 만들었다. 이렇게 묶어놓고 한 1년쯤 관리를 했을까?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이가 안좋아져서 매출이 빠진다는 C회사는, 신제품 출시 하나 없이 거짓말처럼 전년 대비 20%대 성장을 다시 회복하였다.  

원칙 4: 반드시 보상과 연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성과 개선을 위한 KPI 측정에서 귀따갑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반드시 보상과 연계하라는 점이다. 그럼 혹자는 이렇게 말씀 하시겠다. “알겠어 김대표. 영업이익 목표 달성치를 두고, 초과분의 5-10% 정도는 쫙 인센티브로 뿌리면 되는 거지비? 껄껄껄 쉽네~” 

음, 반의반은 맞고 나머지는 틀렸다. 죄송하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게 KPI의 고급단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데, 성과 관리를 위한 제일 중요한 점은, 명확한 기준(숫자로 측정 가능한 원인 지표)을 “해당 부서 혹은 개인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 글이 어려워진다, 포기 마시라 제발! - 엇, 나도 클릭률 말고 완독률을 KPI로 관리해야하나???) 음, 쉽게 설명하면, 월간 매출 목표를 인사팀 박 과장한테 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전사 손익 목표를 두고 CXO 및 임원들 평가의 기준으로 두는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통합을 위해 아주 좋다. 그치만 이런 기초적 KPI를 가지고는, 정신 교육/팀 스피릿 같은 효과 외에 “KPI 선정 자체가 조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전사 KPI를 각 단계별로 나눠서 실제 다양한 조직 안에서 원인 지표에 해당하는 세부 목표들을 세워주고, 각 부서장들은 이를 최소한 팀별, 되도록이면 개인별까지 내려서 나누는 것이다. “내 목표”가 있어야 “팀의 목표”보다 더 살뜰이 챙기는 게 당연지사고, 그렇게 해야 박과장은 100만원, 최차장은 50만원, 김대리는 80만원 이렇게 구체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근거가 생긴다. 이런 기준의 '명확'화,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체계의 '선포'는 연공서열적인 조직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데, 보통 이렇게 세분화된 목표를 주고 쪼기 시작하면 초식동물형-프리라이딩 전문 꼰대 인력들의 자진 퇴사를 6개월 내에 불러 일으킨다(아 상쾌해!)

여기서 고급 단계 KPI 설정과 보상을 위한 잔기술들을 좀 공유해보자.

- 단순화: KPI를 개인별/팀별로 세분화 하되 3-4개 이상은 절대 넘기지 말 것
- 투명성: 측정 주기는 최소 월단위로 하고, 측정 결과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지표로 할 것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 계량화: 인사평가/승진 기준에서 정량적 측면을 70% 이상 적용할 것 
- 균형: 단기 성과 인센티브와 장기 근속 인센티브를 균형있게 둘 것 (3:7 정도)

특히 기준이 명확하고 이를 너무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최소 3년은 끌고 가야), 왜냐면 너무 기준을 자주 바꾸면 직원들이 숙지하지 못해 손쉬운 결과 지표로 자꾸 되돌아가게 되고, 인간의 특성상 내가 덜 받는 것보다, 남이 더 받는 걸 의심하는지라 바뀐 기준이 “부서장님이 이뻐하는 이모시기를 위해서” 자의적으로 바꿨다는 식의 누명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아, 뭐 인생에 쉬운 게 없다.  

자, 이제 슬슬 마무리하자. 필자도 좀 자야겠다.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해서 끄집어 내는 것은 리더의 제1덕목이다.  너무 어려워할 필요 없다. 오히려 뭘 인수하네, 신제품을 개발하네, 신시장을 진입하네 어쩌구저쩌구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 가지고 있는 조직을 쓸고 닦아서 성과를 올리는 것이 오히려 더 간단하다. 혼자하기 너무 어렵다고? 누가 혼자하라고 했나!! 여러분이 뒤만 뒤돌아봐주면 이런 일들을 대신 해주겠다고 헝그리한 컨설턴트들이 미소를 지으며 우글우글 따라오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겠다고?  거참, 좀 놀려구 했는데 그럼 인스타 디엠이라도 보내셔라. 내가 고민 상담 정도는 해드리겠다.  

인생 한 번은 내 120%로 살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한 번 끄집어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한발 한발 내딛으면, 언젠가는 버디도 하고, 싱글도 치고, 언더파도 경험해보는 거다. 자, 황사가 만연한 그리운 찐 봄이 왔다. 중국에서 공장을 신나게 돌린다. 코로나도 이제 끝났다.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셔라. 언제까지 두둑한 뱃살을 튕기며 명랑 골프, 백돌이만 하면서 친구들 ATM 노릇만 하실 건가,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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