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실명’ 일으키는 이 병…극복 가능성 열리나?

망막혈관폐쇄 증상의 발병 모습. 사진제공=Community Eye Health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눈이 안 보인다면 그 고통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특히 갑자기 실명이 발생할 수 있는 ‘망막혈관폐쇄질환(Occlusion of Retinal Vessels)’의 발병률이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폐쇄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혈관 확장제를 개발해 망막혈관폐쇄질환 극복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준엽 울산대학교 의대 안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중개의과학연구단)와 조재흥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 백무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망막 혈관이 폐쇄된 동물 모델에 새롭게 개발한 ‘철‧일산화질소 복합체’ 기반 치료제를 주입한 결과, 폐쇄된 혈관이 확장돼 혈액 흐름이 성공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셀(Cell)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켐(Chem)’에 최근 게재됐다.

망막(Retina)에는 망막에 피를 공급해 주는 혈관인 ‘망막 동맥’과 망막에서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보내는 혈관인 ‘망막 정맥’ 등이 존재한다.

망막혈관폐쇄는 여러 원인으로 이들 혈관이 막혀 극단적인 시력감소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발병 후 2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력상실을 일으키는 질환 가운데 상대적으로 흔한 질환으로 최근 고령화와 고혈압, 당뇨 등 기저 질환의 영향으로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일산화질소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연구돼 왔지만, 자발적인 분해가 일어나는 일산화질소의 불안정한 특성을 조절하기 어려워 망막혈관폐쇄질환 치료제로 사용하기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산화질소에 철을 합성한 ‘철‧나이트로실 복합체’ 기반의 치료제를 새롭게 개발한 후 망막혈관이 폐쇄된 동물 모델의 눈에 치료제를 주입한 뒤 혈관과 혈액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복합체는 빛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제를 눈에 주입한 뒤 빛 조절을 통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위치에만 일산화질소를 공급할 수 있다.

그 결과 망막에 빛을 비춘 지 15분 이내에 망막혈관 직경이 약 1.59배 증가했고, 망막혈관이 폐쇄된 비관류 영역의 약 85% 이상이 회복돼 혈액의 흐름이 복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혈관 확장제는 빛을 이용해 치료효과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며 “안구에만 국소적으로 치료제를 투약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 우려 없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임상에서도 적용 가능한 획기적인 치료 전략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