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 25조원 규모 채무조정 합의… 정상화까진 ‘먼길’
계열사 헝다차, 자금 확보 못해 생산중단 위기
빚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파산 직전 채권자들과 195억5000만달러(약 25조3700억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다만 이번 조정안으로 해결하는 부채는 헝다가 보유한 전체 부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다, 일부 계열사는 당장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3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과 로이터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헝다는 해외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안 주요 조건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헝다는 만기 4~12년, 금리 2~7.5% 조건으로 신규 채권을 발행한다. 채권단은 기존 부채를 새 채권과 교환할 수 있고,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헝다와 2개 자회사(부동산서비스·신에너지차) 주식 관련 상품과 채권을 조합해 교환할 수도 있다. 조정안은 오는 10월 1일부터 발효된다.
헝다 측은 “이번 채무 구조조정안은 회사가 받고 있는 역외(달러화) 부채에 대한 압력을 완화해주는 것은 물론, 사업 운영을 재개하고 역내 문제(위안화 부채)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채무 구조조정의 대상은 최소 191억5000만달러 규모다. 앞서 지난해 6월 채권단은 헝다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청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서 헝다와 투자자 모두 주도권을 잃게 되고, 무담보 역외 채권자의 회수율은 2.09~9.34%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SCMP는 “헝다의 해외 채무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릴 위험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채무 구조조정으로 헝다의 숨통이 다소 트이긴 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헝다의 총부채는 2021년 6월말 기준 1조9700억위안(약 373조원) 규모에 달한다. 로이터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채무 구조조정 제안이 약 1년 전 붕괴 직전까지 다다랐던 헝다에게 숨쉴 공간을 줬지만, 재무 상황이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 재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헝다는 앞으로 3년에 걸쳐 건축물 분양 인도 업무를 정상화하는 등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약 2500억~3000억위안(약 47조~56조원)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다는 “회사의 무담보 부채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라며 “정상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면 현금흐름은 4년차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제일재경은 “현금흐름 예상치는 기존 부채 상환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헝다의 국내 프로젝트 대부분 채무불이행 및 소송 위험에 직면해 있어 향후 추가적인 현금 흐름 손실이 나타날 수 있고, 프로젝트의 정상적인 개발 진행도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헝다의 전기차 자회사인 헝다신에너지차그룹은 홍콩 증시를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생산을 중단할 위험에 처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290억위안(약 5조48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구해야 주력 모델 출시,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헝다차 부채는 약 590억위안(약 11조1000억원)에 달한다.
헝다는 중국 부동산 개발시장 위기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징적 기업이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압박으로 2021년 12월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공식 디폴트에 빠졌다. 헝다와 같은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가 쓰러질 위기에 처하자 시장 심리는 급격히 악화됐고, 이에 다른 기업들까지 연쇄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경기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헝다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한편,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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