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융안정 사이 ‘애매한 연준’···“SVB 사태, 긴축 효과 미칠 것”

이윤주 기자 2023. 3. 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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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워싱턴 D.C./신화연합뉴스

금융불안 상황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태도를 ‘어정쩡하게’ 만들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도, 은행 불안을 조기에 진정시키겠다는 신뢰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연준은 성명서 문구 변경을 통해 긴축이 마무리 국면에 있음을 시사했다. 오는 5월 금리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연준이 2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문구가 변경된 점이다. 지난번까지 연준은 “지속적인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하다고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명확히 해왔는데, 이번에는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음(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이미 정책금리가 긴축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정책 결정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금리인상에 준하는 긴축 효과를 경제에 미칠 것으로 봤다. 아직 그 효과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성장·고용·물가에 모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 경제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할 경우에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신용여건에 상당한 긴축을 야기할 경우 긴축 정도가 적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지난 12월 전망과 동일한 5.1% 수준으로 유지했다. 연 5.00~5.25% 수준이 된다는 뜻으로, 현재 4.75~5.00%인 금리를 한 번 더 올린 뒤 추가 인상은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내년 말에는 4.3%로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4%로 0.1%포인트 하향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서 3.3%로 상향조정했다.

결국 연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정도, 은행 불안의 파급효과를 살펴 가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평가할 때 입수되는 데이터와 전망의 변화에 초점을 둘 것이며 특히 신용 긴축의 예상 및 실제 영향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결정과 파월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에 가까웠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5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받아들였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연준은 최근 금융상황으로 금융 여건이 추가적으로 긴축될 것으로 보면서도, 물가 위험은 상방 위험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5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 내년 3월 첫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태여서 당분간 변동성에는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금융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금융안정 상황 전개와 그에 따른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변화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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