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파월과 옐런이 일으킨 난기류에 요동치는 美 증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22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금융 시장에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 증시가 요동쳤다.
이날 파월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이 끝나갈 즈음, 옐런 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 시간이 한동안 겹친 영향이 컸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이 미국 경제의 건전성, 향후 금리 정책 방향, 정부의 예금자 보호 정책에 대한 예측에 대해 한 마디씩 내놓을 때마다 증시는 하락과 상승, 변동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다 결국 급락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5~4.75%에서 4.75~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SVB의 급격한 파산 원인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지목됐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무게를 두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초반, 은행권 위기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모든 예금자의 저축은 안전하다”며 “은행 시스템은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했고, 건전하고 강력하다”고 운을 뗐다. 파월 의장은 “SVB 파산은 예외적인 사건이며 미국 은행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인이 맡겨둔 모든 예금이 보호될 수 있다는 걸로 해석됐고, 시장은 환영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옐런 장관이 찬물을 끼얹었다. 옐런 장관은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며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 등은 재무부가 의회 동의 없이 일시적으로 예금 보호 한도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장하는 예금 상한(25만 달러)을 영구적으로 상향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시적 한도 완화를 위해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3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안정기금으로 충당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은행 사태가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으로 나타나는 시스템 위기로 여길 때 FID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예금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말할 때마다 울퉁불퉁한 승차감을 느끼는 데 익숙하지만, 옐런 장관이 의회에서 은행 부문의 건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파월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발생한 난기류에 압도당했다”며 “최고 지위에 있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경우가 드물고, 시장이 상반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을 땐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이날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옐런 장관을 지목했다. CNBC의 대표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이날 미국 증시가 무너진 것은 파월 의장이 아닌 옐런 장관의 발언 때문”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완화하고 있기에 호재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옐런 장관의 발언은 어두웠다”며 “옐런 장관이 은행 예금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내놓았다면 증시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65%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0%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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