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 후보 내정 보름 만에 사의 표명?… 이사진은 “버티시라”

여권 및 1대 주주 국민연금 등 반대 움직임에 거취 고심한 듯
KT “공식으로 사의 전달 받은 바 없어”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 만이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KT 제공

 
이날 한겨레,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라며 사의를 전했다고 관계자들이 밝혔다.

그러나 이사진은 윤 후보에게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물러나면 회사꼴이 뭐가 되느냐’라며,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까지 버텨야 한다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여권 등 반대 압박에 견디지 못한 게 아니냐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어제 조찬 간담회에선 ‘아무런 변동사항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매체에 전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을 ‘이익 카르텔’로 규정, 인선을 반대해왔다.

여권은 윤 후보 실명까지 거론하며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마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 발표하게 되면, 주총은 예정대로 열리지만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된다. KT는 의안 변경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한편, KT는 공식으로 윤 후보로부터 사의를 전달받은 일은 없다며 “내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