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8. 다시 문제는 언론이다

남궁창성 2023. 3. 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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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국민 체감형 정책홍보 거듭 강조
도어스테핑 중단 등 언론과 不通 개선 시급
내년 총선 앞두고 불리한 언론지형 극복 난제

여의도에 떠도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후 열두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뭔지 아시나요. “야, 기자들 불러!!” 예수님도 당신의 역사적인 부활을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 홍보가 제일 중요하다는 취지라고 이해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당시 ‘창조경제’라는 어휘가 창조됐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전파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체, 창조경제가 뭐야?”하고 반문했습니다. 중언부언 당국자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언론을 제때 이해시키지 못한 ‘창조경제’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자 대법원 판결금 제3자 변제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등과 관련해 홍보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국민 앞에 나섰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의 국민소통은 안녕할까요?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2회 국무회의를 주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2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25분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TV로 국민들에게 생중계됐다. 발언의 대부분은 제104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밝힌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복원과 강제징용자 대법원 변상금 제3자 변제, 그리고 지난 16~17일 한일정상회담 의미와 성과 등에 집중됐다. 말미에는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방안의 취지와 목적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정부에서 국정홍보를 담당하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통령실에서 국민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참석해 대통령 발언을 경청했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국가정책 전반을 기획하는 핵심 관계자가 지난 20일 오후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30여 분 가까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에 관한 설명과 함께 기자단 질문에 답했다.

그는 “제가 안 오다가 이렇게 내려온 이유는 대통령 방일하시기 전에 대변인, 수석, 사회수석이 연속적으로 대통령 말씀을 세 번이나 전했는데 그때마다 다들 뉘앙스가 조금씩 이상해져서 뭔가 조금 혼란스럽다. 그래서 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왔다. 희망하는 것은 저의 설명으로 좀 정리가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입법예고된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재 제도가 주 52시간에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주 단위로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업의 입장, 근로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서 새로운 제도를 한번 설계해 보자는 것이 이번 노사 개편안의 취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과 그가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가 폭넓게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홍보의 필요성을 부쩍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휴대전화나 세탁기 마케팅 사례 등을 동원해 정책 소비자인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접근하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소통과 언론홍보는 당국의 의지나 노력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4차 방정식이다. 더구나 언론이 ‘공론의 장’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제3의 선수로서 한쪽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더 어렵다. 대통령실이 국민들에게 투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미지가 있어도 미리 짜여진 틀에 의해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3일 취임직후 용산 대통령실의 기자실을 찾아 기자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 설치된 불통(不通)의 만리장성이다.

2022년 5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후 대통령실과 기자실은 건강하게 소통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실을 직접 찾아 취재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1층 로비에서는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이 상당 기간 이어졌다. 그러나 전국민들이 알다시피 ‘슬리퍼와 샤우팅’ 사건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소통의 광장에 침묵의 장막이 펼쳐졌다. 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도어스테핑은 잊혀진 유물이 됐다. 대통령실도, 취재기자들도 언급이 없다.

대통령 공식 행사를 동행하는 취재진 규모와 풀(POOL) 취재 일정도 크게 줄었다. 대신 대통령실 직원들이 기자 대신 사진을 촬영하고, 해당 비서관실이 관련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이 있지만 기자단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실 입장을 전할 필요가 있을 때 수석과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 일정을 기자단에 공지하고 브리핑실을 찾아 준비한 자료를 읽고, 기자단 질문에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해 가며 필요한만큼 답하면 끝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15년간 청와대와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면서 수많은 홍보 기술자들을 만났다. 재경 신문사나 방송사, 혹은 정치권에서 차출돼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으로 왔는가 싶으면 1년쯤 지나 새로운 얼굴로 대체됐다. 간혹 대통령실 근무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국회의원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주군으로 모셨던 전·현직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은 봤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의정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는 듣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건강한 소통을 결정짓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은 취임하면 기자들 앞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언론과 대통령실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 다짐과 약속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선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의 언론관이 아주 중요하다.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이해가 낮거나 비판적인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은 위축되고 간혹 얼어 붙는다. 결국 최고 권력자의 일개 대변자이자, 최고 권부의 일개 홍보 기술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입과 얼굴을 쳐다보며 심기 경호하기 바쁘다.

박근혜 청와대와 문재인 청와대는 대통령실 참모와 언론인들의 만남을 금기시했다. 보안을 이유로 보도 출처를 찾겠다며 비서관이나 행정관의 핸드폰을 뒤지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과 청와대, 대통령실과 언론은 서로 소 닭 보듯 했고 결국 정권은 실패하고 말았다.

▲ 용산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의 개인 캐릭터도 중요하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대변인은 비주얼과 오디어에 신뢰가 묻어났다. 기자들 사이에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언론과 자주 소통하며 홍보할 것은 홍보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이해를 구하며 지혜롭게 정부 정책과 대통령실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있었던 한 대변인은 정반대였다. 기자들 입에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는 춘추관을 활보하며 기자들에게 ‘국정철학’을 운운했다. 우려대로 1년도 안돼 정권에 부담만 남기고 중도하차했다.

언론 지형도 대통령실과 언론의 관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문재인 청와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언론 지형을 바꾸고 소위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친여 성향의 온라인 미디어를 대폭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춘추관을 국민들에게 폭넓게 개방한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계산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집권 내내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전통 미디어는 매체 영향력에 비해 상당하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친여 성향이거나 뉴미디어 매체들은 상대적으로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청와대 초기 대통령실과 기자들 관계는 ‘아이돌’과 ‘팬클럽’ 같은 모습이 자주 연출돼 적지 않은 시간 대통령실을 취재해온 기자로서 많이 불편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름만 대면 국민들 누구나 아는 모 수석은 젊은 기자들의 셀카촬영 요청에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당시 언론과 권력의 밀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 환경의 영향도 있었지만 언론 지형도 집권자에게 유리하게 재편돼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주요 방송사 보도 책임자와 사장 자리들을 친여 성향 인사들이 독차지하면서 사실상 언론 홍보에서 거칠 것이 없었다. 당시 청와대 모 비서관 남편이 한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본부장과 사장 자리를 연달아 차지했다. 하지만 ‘권언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언론 내부나 시민단체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만약 박근혜 청와대에서 일하는 한 비서관의 남편이 공영 방송사의 보도본부장과 사장으로 있었다면 소위 진보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과연 침묵했을까하는 합리적 의문이 들었다.

▲ 용산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소위 해당 언론사의 ‘1호 기자’로 통한다. 한편 해당 언론사와 대통령실을 이어주는 ‘연락관’이라는 악평도 엄존한다. 다양한 회사의 민원이나 요청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관철해야 하는 한 명의 직장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소속 언론사 사주나 대표가 정권과 불화한다면, 반대로 정권과 동거한다면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논조와 보도는 주위 환경으로부터 백지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중간평가’ 성격의 전국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계속해 추진할 수 있는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예상대로 거대 야당과 일부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복원의 지속 가능성도 총선 결과에 따라 그 운명이 갈릴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시 언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 용산 대통령실의 홍보라인, 정부·여당의 국민과의 소통능력 등을 재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 필자소개 *

▲ 남궁창성 기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다. 지난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 국정을 주제로 전국의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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