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동산·다중채무자·한계기업 증가… ‘리스크 경고음’ 커진다

김지현 기자 2023. 3. 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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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개 실물·금융 지표를 종합해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 '위기' 수준을 지속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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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불안지수 5개월째 ‘위기’
고금리로 민간부채 늘어난데다
SVB등 글로벌 금융불안반영땐
한국 취약 부문 리스크 더욱 고조
스타트업 등에도 불똥 튈 우려
추경호 “관계기관과 철저 관리”
“면밀 점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통화당국 수장들과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창용(오른쪽부터)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윤슬 기자

한국은행이 20개 실물·금융 지표를 종합해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 ‘위기’ 수준을 지속했다. 민간부채 증가와 경기 둔화 심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 요인인데 3월 들어 가시화한 해외 은행발 ‘연쇄 위기’까지 반영되면 FSI의 위기 신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불안 확대로 한국 경제의 취약 부문인 한계기업, 중소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에 잠재된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3일 한은의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5.1%에 달했다. 이는 전체 경제 규모 대비 가계·기업 부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2020년 1분기 200%를 기록한 뒤 12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영향이 컸다. 기업대출은 2590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자금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2021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가계부채는 186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조정 우려 등으로 가계가 부채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F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17년 12월 7.2로 주의단계(8) 아래에 있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직후인 이듬해 10월 51.6으로 치솟았다. 직전 달(27)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후폭풍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을 가정해 FSI 변동 폭을 계산했더니 지수가 2.2 상승했다. 금리인상 충격을 가정했을 때 최대 0.4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5.5배나 위험도가 높다. 한은은 “대외 불안이 심화되면 지난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높아진 FSI가 더 빠르게 상승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과거 대외 불안 요소가 있을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취약 부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가구와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 건설업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 등이 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외국인 증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기관들의 현금 확보 수요가 늘면서 달러 조달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 기업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한다. 스타트업, 가상자산, 핀테크업은 투자 심리가 약화돼 직격탄을 맞게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SVB 사태가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지현·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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