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장학퀴즈 50년, 최종현의 꿈

김병채 기자 2023. 3. 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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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퀴즈'가 지난달로 방송 50주년을 맞았다.

장학퀴즈의 인기는 수십 년에 걸쳐 고속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장학퀴즈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식을 여러 차례 바꿔 오늘날까지 방영되고 있다.

지금의 장학퀴즈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추구하는 고교생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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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산업부 차장

‘장학퀴즈’가 지난달로 방송 5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2300회가 넘게 방영돼 ‘전국노래자랑’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의 ‘제퍼디’ 등 성인·연예인 대상 퀴즈쇼가 장수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있었지만,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이 이토록 장기간 방영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1993년에는 한국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다.

장학퀴즈의 인기는 수십 년에 걸쳐 고속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장학퀴즈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의 상징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수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대결을 벌였고, 주·월·기·연장원으로 최고의 자리를 향한 동기 부여가 계속됐다. 장학퀴즈 시청자들은 나 또는 내 자식이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장학퀴즈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식을 여러 차례 바꿔 오늘날까지 방영되고 있다. 지금의 장학퀴즈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추구하는 고교생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입시와 관련 없는 지식은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넓고 얕은 교양을 추구하는 시대에 남다른 인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인재들이 주는 키워드도 역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장학퀴즈의 장수에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후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섰고, 기장원자에게 4년 대학 등록금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배우 송승환, 국회의원 김두관, 가수 김광진, 영화감독 이규형 등이 탄생했다.

최 선대회장의 인재 사랑은 장학퀴즈에 그치지 않는다. 1974년 11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고, 세계적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해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교수, 천명우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등 세계 유명 대학의 박사 861명을 배출했다. 수혜자들도 장학금 출연자가 최 선대회장인지 알지 못했고, 학위 취득 후 SK 근무와 같은 조건이 전혀 붙지 않았다. 당시 50대 기업 수준에 불과했던 선경(SK의 전신)으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사실 최 선대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자원이 전혀 없는 땅에서 글로벌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에게는 모두 사람 욕심이 있었다. 그 욕심은 단순히 자기 회사 사람에 그치지 않았다. 사람을 탐내는 DNA는 후대 회장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무리 바빠도 신입사원과 대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과 식사 자리는 빠지지 않았던 선대회장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일성으로 인재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기능올림픽 현장과 경북 구미시 마이스터고를 방문했다. 사람 욕심을 내는 기업인과 탐구 열정이 여전한 인재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희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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