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시-푸 브로맨스 종말

2023. 3. 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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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0여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서로 생일 선물까지 챙겨주는 단짝 친구가 됐다.

종신 집권에 들어선 시진핑이 3연임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20∼22일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푸틴과 우의를 내외에 과시하는 행보다.

지난해 2월 베이징 회담 후엔 푸틴과 포옹하면서 시계를 보는 시진핑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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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0여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서로 생일 선물까지 챙겨주는 단짝 친구가 됐다. 종신 집권에 들어선 시진핑이 3연임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20∼22일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푸틴과 우의를 내외에 과시하는 행보다. 양 정상은 2022년 2월 베이징(北京) 회담 때 “무한대의 협력”을 선언했고, 이번 회담에서도 “중·러 관계는 바위와 같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관계를 “전략적 브로맨스”라고 했다.

때로는 한 컷 만평이 복잡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만평에 나타난 시진핑-푸틴의 사이는 겉으로 얘기되는 우호적 관계와 달리 미묘한 긴장감이 드러난다. 시진핑은 늘 주저하는 듯한 표정이다. 지난해 2월 베이징 회담 후엔 푸틴과 포옹하면서 시계를 보는 시진핑이 그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 후 푸틴이 중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을 때 만평은 더 냉기가 흐른다. 온몸에 피를 묻힌 푸틴이 양손을 벌리며 다가오자 시진핑은 기겁한 표정으로 몸을 뺀다. 이번 모스크바 회동 만평은 테이블 귀퉁이에서 손에 피를 묻힌 푸틴이 뭔가를 설명하고, 시진핑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푸틴의 무기 요청을 놓고 고민하는 시진핑을 그린 듯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7일 푸틴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1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시진핑이 이웃 국가를 침공하고 시민을 학살한 전범과 함께 있을 때 기시다는 자유 투쟁의 영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만난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시진핑에게 ICC는 재를 뿌리고, 일본은 망신을 준 격이다. 푸틴은 이제 러시아 밖을 자유로이 다닐 수 없는 처지다. 칠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퇴임 후 디스크 치료차 영국을 방문했다가 전격 체포됐던 것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당시 칠레 정부는 국가원수의 재임 시절 행위는 외교 면제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재판부는 피노체트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면 붉게 된다(近朱者赤)’는 사자성어가 있다. 시진핑이 권력에 취한 독재자와 친하게 지내며 비슷한 행동을 하다간 푸틴처럼 전범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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