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종사 확보 경쟁 점입가경...고참 기장 연봉이 무려 60만불

손진석 기자 2023. 3. 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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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美 항공업계 조종사 인력난
뉴욕 라과디어공항 활주로에 있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들./로이터 뉴스1

로버트 아이솜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사내 조종사들에게 공개 편지를 썼다. “델타항공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조종사 연봉을 올렸으니 우리도 인상하겠습니다. 충분한 대우를 하겠다는 저의 약속은 유효합니다.”

편지에서 아이솜 CEO는 4년짜리 임금 인상 패키지를 제안했다. 첫해 21%를 인상하고 마지막 4년 차에는 현재 대비 40% 오른 연봉을 주겠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 34만달러를 받는 중소형기 기장은 4년 후 47만5000달러(약 6억2000만원)로 연봉이 오른다. 대형기를 모는 고참 기장은 지금은 42만달러를 받지만, 4년 후에는 59만달러(약 7억7000만원)를 수령하게 된다.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전 이익의 5%를 조종사들에게 나눠주던 성과급 체계를 고쳐 앞으로는 10%를 지급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항공 조종사 숫자

아이솜 CEO가 이런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안한 건 라이벌 델타항공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지난 2일 델타항공은 소속 조종사 1만5000여 명과 4년짜리 집단교섭을 타결해 첫해 임금을 18% 올려주고, 마지막 4년 차는 현재 대비 3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델타항공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약속하자 아메리칸항공이 그보다 더 올리겠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임금과 별도로 두 항공사 모두 퇴직연금의 사측 부담금을 높이고 휴가를 늘려주는 등 복지 확대 계획도 내놓았다.

두 항공사의 연봉 인상 경쟁은 미국 항공업계가 겪고 있는 조종사 인력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앞다퉈 조종사들을 내보냈다.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2019년 1만8550명이던 조종사가 2021년에는 1만2700명으로 급감했다. 델타항공도 2020년 조기 퇴직시킨 조종사만 1800명이었다. 지난해부터 여행객이 다시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이제는 항공사들이 조종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먼은 부족한 조종사가 북미에만 8000명에 달한다고 했다.

뉴욕 라과디어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델타항공 여객기들./로이터 뉴스1

문제는 항공사들이 비행기 티켓 값을 올려 조종사의 고임금을 결국 승객들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임금 인상 패키지는 4년간 각 70억달러(약 9조15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수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 전문가 벤 슐래피그는 “(기장과 부기장 2명씩) 모두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해야 하는 초장거리 비행에서 항공사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비사, 객실 승무원, 지상직 직원들의 보수 수준이 조종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져 직역 간 임금 격차가 논란이 될 조짐도 있다.

요즘 조종사 부족은 각국이 겪고 있는 고충이지만 미국에서 유독 심각하다. 면허 취득 후 비행학교 교관 등으로 최소 1500시간의 사전 비행 경험을 쌓아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이 민항기 조종사 배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참 부기장을 가르치며 운항하다 탑승객 전원(49명)이 숨진 2009년 뉴욕주 콜건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생긴 규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안전 규제이긴 해도 사전 비행 경험을 1500시간이나 요구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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