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은행들도 크레디트스위스에 물렸나?…현황 파악 나선 금융당국‧지주사들
금융지주사도 계열사 자체 점검 중
우리·신한은행, 해외서 2조원 규모 코코본드 발행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 중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와 관련된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KB‧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은행 등 계열 금융사가 해외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규모 점검에 나섰다. 이는 CS 발(發) 위기가 국내 금융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과 신한은행(신한지주)이 해외시장에서 2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CS는 실적 악화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으며 위기에 빠졌고, 지난 19일(현지 시각)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인수됐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UBS가 CS를 인수할 당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55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전액 상각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AT1은 영구채 또는 코코본드(CoCo bond‧contingent convertible bond)로 불리는데 발행사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
2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은 지난 17일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 증권 등 전 금융사들에 자료 청구·수집 전산시스템인 CPC(Central Point of Contact)를 통해 CS 관련 채권, 유가증권, 대출 보유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환감독국은 보통 국가별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를 관리하는 곳이지만 CS는 특수한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익스포저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CS의 채권,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대출이나 부동산 관련 사업에서 연관된 부분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통상 금감원의 요청이 있으면 금융사들은 7영업일 이후에 자료를 취합해 보고한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중 CS와 관련된 국내 금융권의 익스포저 규모가 파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가 CS가 발행해 상각된 AT1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도 CS가 촉발한 유럽 은행 위기 사태와 관련된 자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주요 금융지주가 특히 집중해 조사하고 있는 것은 계열사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코코본드 규모다. 해외에서 발행한 코코본드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리기 때문에 CS의 사례처럼 갑자기 상각되면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수년째 실적 악화와 뱅크런 사태를 겪은 CS와 달리 국내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견조한 수준이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지주사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 시장에서 코코본드(후순위채+영구채)를 18억5000만 달러(약 2조3911억원) 발행했다. 우리카드 등 다른 계열사의 발행은 없다. 신한지주는 점검 결과 신한은행이 2조원 가량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것을 확인했고, 다른 계열사의 발행 규모도 확인 중이다. KB금융지주도 계열사의 코코본드 발행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는 해외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은 글로벌 신용등급이 높아 이미 발행한 코코본드의 신뢰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A1(장기신용등급 기준), S&P에서 A+, 피치에서 A등급을 받았다. 신한은행도 무디스(Aa3), S&P(A+), 피치(A)에서 모두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코코본드(AT1) 시장은 2000억 달러가 넘는 큰 규모여서 CS 채권 상각으로 유럽 시장의 코코본드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은행 등 금융사들은 자본비율이 높고 유동성이 풍부하기에 발행한 채권의 상각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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