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여성뿐 아니라 남자도 맞아야…왜?

이승구 2023. 3. 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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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자궁경부암 환자 증가로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 필요”
“HPV 백신, 유일한 HPV 예방법…성 경험 여부 무관 접종 가능”
이른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렸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산부인과를 찾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렸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을 위해서다. 

그동안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남성도 HPV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HPV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서부지부 산부인과 전문의 고영호 원장에 따르면 HPV는 생식기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지속 감염 땐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항문암‧생식기 사마귀‧편도암 등의 원인이 된다. HPV는 감염되더라도 90% 정도는 1∼2년 이내 자연 소멸한다.

HPV 관련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역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에서 15-44세 여성암 사망률 4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발표한 자궁경부암 연도별 환자 수 추이에 따르면 2017년 5만9910명에서 2021년 6만5013명으로 환자가 8.5%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교적 젊은 3040세대 자궁경부암 환자가 35.9%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렸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게티이미지뱅크
 
다행히 HPV는 백신 접종을 통해서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발견돼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자는 HPV 백신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남자는 경우 HPV 감염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남자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무료 접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접종 가능한 HPV백신의 종류는 2가‧4가‧9가 백신이다. 2006년 첫 HPV 백신이 국내 도입된 이후 10년 뒤인 2016년 현존하는 HPV 중 가장 많은 유형의 예방이 가능한 9가 백신이 출시됐다. 

이 9가 백신은 HPV백신 중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6‧11형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16‧18‧52‧58형 등을 포함해 총 9가지 HPV 유형을 커버한다. 생식기 사마귀와 자궁경부암‧항문암‧질암‧외음부암 등의 암 예방 범위도 90%로 넓다. 9가 백신은 2020년에 만 45세 여성까지 접종 연령이 확대되어 여성은 만 9-45세, 남성은 만 9-26세까지 접종이 가능하다.

고영호 원장은 “최근 HPV 백신의 남성 접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직까지 ‘자궁’도 없는 남성이 왜 HPV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의문도 많다”라며 “그러나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은 남성 본인의 건강관리에도 유익할 뿐 아니라 남녀 모두 접종 시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남성도 HPV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 계획에 따르면 남녀 HPV 백신 접종률이 75%를 달성할 때 HPV 16형을 포함한 대부분의 HPV 유형을 30년 안에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면역에 더불어 HPV의 남성질환도 반드시 예방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HPV 남성 질환은 생식기 사마귀로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비교적 성생활이 활발한 젊은 남성층(만 25-29세)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남성에게 HPV백신이 중요한 대안이 되는 이유는 남성의 HPV 6, 11, 16, 18형에 대한 평균 자연항체 생성률이 7.7%로 낮기 때문이다. 이는 백신 접종 없이는 HPV 감염을 막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성 경험이 있는 경우 HPV 백신이 효과 없다는 낭설로 인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은 의미가 있다. 성 경험 시작 이전 접종이 가장 좋은 시기임은 맞지만 성 경험을 통해 이미 HPV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HPV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처럼 백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라며 “아직도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HPV백신 접종만으로 전체 암의 5%의 원인이 되는 HPV를 예방하는 것은 큰 이점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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