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역대 최대… 외인 자금 이탈로 투심 위축 우려

오귀환 기자 2023. 3. 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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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1.5%P로 2000년 이후 최대
파월, 연내 금리 인하설 일축
미국 증시 하락으로 국내 증시도 부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국내 증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으며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 투자 심리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 증시는 우려와 달리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23일 장 초반 0.7% 넘게 하락 출발했으나 이내 2400선을 회복했다.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졌지만,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미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는 1.5%포인트(P)로 벌어졌다. 이는 지난 2000년 5~10월(1.5%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폭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하락한 3만2030.11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5.90포인트(1.65%) 떨어진 3936.97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90.15포인트(1.60%) 밀린 1만1669.96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시는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설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옐런 장관이 이날 의회에 출석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을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한 점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옐런 장관은 “이것은 우리가 들여다보거나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며 큰 폭으로 하락하자 국내 증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방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큰 데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까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차이가 커지면 국내 증시 방향을 주도하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기준금리 차가 가장 컸던 2000년 5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 지수는 30%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증시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지수는 0.31% 하락한 2409.57을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0.77% 하락 출발하며 2400선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내 낙폭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하락 출발했지만 상승 전환해 815.34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는 42억원 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는 42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5원 하락한 1292.1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미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 지역 은행주들을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되며 최근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던 은행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나 옐런 장관 모두 언급했듯 은행 시스템은 견고하다고 주장했음을 감안하면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국내 증시를 비롯해 다음날 미국 증시 등은 양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표)를 통해 미국 최종 기준금리는 5.25%로 굳어지는 분위기”라며 “오는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 부담도 완화됐고, FOMC 이후 달러화 약세도 (증시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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