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노골적 압박에 결국···KT 차기 대표 후보 윤경림 사의
윤 후보 사퇴시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상태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계속된 여권 압력에 내정 16일 만에 거취 고심에 들어갔다. 오는 31일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사퇴하면 KT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윤 후보는 전날 KT 이사회에 후보 사퇴를 포함해 거취를 고심 중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찬간담회 등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히자 KT 이사진은 윤 후보에게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윤 후보가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얘기는 지난 21일부터 KT 안팎에서 돌기 시작했다. KT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대통령실에서 윤 후보에게 최후 통첩을 했다고 들었다” “KT를 상대로 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돼 윤 후보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 후보가 흔들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을 향해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판했던 정부·여당의 외압이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외 주주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일제히 윤 후보에 대한 찬성표를 권고하는 등 힘을 실어주자 본인을 포함해 주변을 향한 압박이 더 거세졌다고 한다. KT의 한 임원은 “후보 내정 단계에서는 공개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통해 압박했다면 최근에는 본인과 주변을 향해 음성적인 형태의 압력 행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T 사외이사 후보에 내정됐던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사퇴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임 고문은 여권과 KT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윤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자 역시 정치권에서 구설이 나오자 돌연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그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출신 이강철 전 사외이사는 지난 1월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여권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 사임했다.
또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승리가 불투명한 점도 윤 후보의 거취 고민을 촉발시킨 이유 중 하나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난해 말 기준 지분 10.13%)의 반대표 행사가 유력한 가운데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은 정부 입김을 받고 있다. 앞서 구 대표도 국민연금이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하자 결국 연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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