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부부가 들어간다" 허위로 갱신거절한 집주인에 손배판결 잇따라

본인이나 가족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의 임대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제3자와 임대 계약을 새로 맺은 집주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1회)을 행사해 최대 4년까지 동일한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이 법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으나 실제로는 실거주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2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임차인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6월 경남 창원시의 B씨 소유 아파트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의 조건으로 2년간 임차했다. 계약 만료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A씨는 계약갱신을 기대했으나 B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실거주 의사를 밝혔다.

A씨가 거듭 계약갱신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요즘 월세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현 월세 50만원보다 70만원 더 많은 120만원을 낸다면 계약연장을 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2배 넘게 오른 월세 감당이 안되 이사를 결심한 A씨는 이사할 집을 찾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후 다른 집으로 이사한 A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니 전입신고자는 집주인 B씨가 아니라 제3자로 나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사 판결은 대구에서도 나왔다. C씨는 2021년 11월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살던 아파트의 계약 갱신을 희망했으나 집주인은 "아들이 결혼해 이 아파트에 살게 됐다"며 갱신을 거절했다.

C씨는 결국 이사를 준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사 5일 전 집주인이 "아들이 서울에 직장을 얻어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고 통보했다. 집주인이 새 임차인과 보증금이 4000만원 오른 1억8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을 확인한 C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28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은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단 소속 배호창 변호사는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실거주를 주장하며 임차인을 내쫓을 경우 임대수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