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열풍에 현대카드 ‘함박웃음’… 도입 고심하는 카드사들
현대카드 신규 발급률 41.19% 증가
카드업계, 실적 개선 위해 도입 논할 듯
애플페이가 도입 하루 만에 등록 100만건을 넘기는 등 열풍을 끌자 카드업계에서도 애플페이 연동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독점 계약을 포기한 것과 애플 역시 현대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애플페이 도입을 노리는 카드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도입 하루 만에 100만건 이상 토큰이 발행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큰 발행이란 아이폰, 맥 등 애플과 관련된 기기를 애플페이와 연동할 경우 발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1개의 기기를 애플페이와 연동하면 1개의 토큰을, 2개의 기기를 연동하면 2개의 토큰이 발행되는 식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애플페이에 가입한 소비자 수를 최소 수십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 연동 가능한 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NFC)를 설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됐을 뿐 아니라, 국내엔 삼성페이가 활성화돼 있어 오히려 현대카드에 독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지난해 말 카드 신규 발급수와 아이폰 점유율을 보면 업계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같은 기간 애플의 아이폰 역시 점유율을 올리며 소비자들의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하반기 신규 체크카드 발급 수는 15만6000장으로 직전 분기 대비 41.81% 급증했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신용카드 이용 실적 기준)은 신한(19.6%), 삼성(17.8%), 현대(16.0%), KB국민(15.4%) 등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 4위였던 현대카드가 3위로 올라선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업계 3위로 부상한 것에 대해 업계는 애플페이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애플 역시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3%에서 4분기엔 34%로 2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약진과 애플페이의 돌풍에 다른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회사의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국내 타 카드사로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한 현대카드의 애플페이와의 1년간 독점 계약 역시 파기되면서 문이 열렸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소비자들이 타 카드사의 애플페이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점도 카드사가 고심하는 이유다. 소비자 설문 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월 27일부터 3주간 전국 20~69세 성인 아이폰 이용자 43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애플페이를 현대카드로 바로 이용하기(34.0%)보다는 타 카드사로 확대되기를 기다렸다 이용(42.8%)하겠다는 응답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 애플페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카드사는 없지만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선언하는 곳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활성화를 위해서 NFC 설치 및 보급을 어느 정도 완료하거나 애플페이 사용처가 교통수단 등까지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NFC 망을 깔아주게 되면 다른 카드사로선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또한 아직 애플페이의 수익성을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 그 사용처가 넓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 카드업계의 초미는 애플페이”라며 “애플이 워낙 정보 유출에 민감한 만큼 당장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곳은 없겠지만 모두 애플페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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