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도 빚 못 갚는 '고위험'가구 비중, 1년새 두배 급증

하상렬 2023. 3.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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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발간
고위험 가구 비중 5%·부채 비중 9.0%
고위험가구 평균 금융부채 2억5000만원
고위험 가구 중 연체 경험 가구 비중 14.7%, 일반 가구의 두 배
가계대출 연체율 0.7%서 연말 1.0%로 상승 전망
저축은행, 고위험가구 대출 비중 26.6%로 '주의' 필요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상렬 최정희 기자] 보유하고 있는 집 등 전체 자산을 전부 내다팔아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 비중이 1여년 만에 두 배 급증했다. 고위험가구의 평균 부채는 2억5000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가구의 빚(1억원)보다 2.5배나 많았다. 실제로 고위험 가구 중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14.7%에 달했다.

고위험 가구의 급증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7%에서 연말 1.0%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고위험가구 대출 비중이 27%에 달해 연체율 상승 등의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총재산 대비 총부채 비율(DTA)가 100%를 상회해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가구’의 비중이 올해 2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5.0%로 추정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고위험 가구 비중은 2.7%에 불과했으나 1년 2개월 새 두 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 보유 비중도 2021년엔 3.9%였으나 올 2월께 9.0%로 추정된다. 고위험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2억5000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가구의 빚 보유액 1억원 대비 2.5배 더 많았다.

실제로 고위험 가구의 평균 DSR은 2021년 101.5%에서 올 2월 116.3%로 높아졌고 DTA 역시 같은 기간 131.6%에서 158.8%로 크게 상승했다. 작년 이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자산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고위험 가구의 급증으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7%에서 올해말 1.0% 내외로 상승할 전망이다. 고위험 가구 중 30일 미만 단기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고위험 가구의 6.9%)와 연체 경험이 없더라도 향후 부채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응답한 가구(5.3%)의 부채가 점차 연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추정한 것이다. 고위험 가구 중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 비중은 14.7%로 그렇지 않은 일반 가구의 연체 경험 가구 비중(7.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연체율 1% 수준은 장기평균인 1.3%(2009년~2022년중)를 하회해 가계 전반의 부실 위험은 낮다는 평가다. 실제로 고위험 가구가 아닌 가구의 DSR과 DTA는 평균 각각 33.2%, 39.9%로 낮은 편이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75.3%는 DSR이 40% 이하일 뿐 아니라 빚 부실화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자영업 가구의 69.1%로 DSR이 40% 이하다. 이들 가구의 5분의 4 이상이 DTA 100% 이하에 속하고 있다.

문제는 고위험 가구의 연체율 상승이 금융기관에 미칠 파장이다. 한은은 “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여타 업권에 비해 이미 높은 데다 향후에도 연체율이 다소 빠르게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계대출 중 고위험 가구 대출 비중은 각각 26.6%, 16.6%로 은행(7.2%), 상호금융(11.6%), 보험회사(12.4%)에 비해 높다.

고위험 가구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대출자산 회수율도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 고위험 가구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은 34.1%, 여전자는 41.1%로 높다.

한은은 “고위험 가구 부실로 향후 일부 비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연체율 상승 정도, 금융기관의 손실흡수 능력 등을 두루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여전사의 자본비율은 작년말 각각 13.3%, 17.8%로 규제비율(7~8%)을 크게 상회한다. 다만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과 연체 관리에 힘쓰고 대출 구조를 분할상환, 고정금리 비중 확대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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