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위축 여파…건설기업·비은행권 부실위험 증가"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미분양주택이 쌓이는 등 건설업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일부 건설기업의 부실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렸던 증권사·여전사·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위험도 함께 커졌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건설기업과 비은행권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기업 재무 건전성 악화…지방·중소기업 특히 위험"
한은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비금융 상장기업 2천392개 중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상장 건설기업은 지난해 1∼3분기 중 상환능력, 유동성, 안정성이 악화했다.
한은에 따르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6.1%로 2021년 말(28.9%)보다 커졌다.
같은 기간 유동성 우려 기업 비중도 13.3%에서 18.1%로 늘었다. 유동성 우려 기업은 1년 이내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 말 107.9%로, 2021년 말(97.4%)보다 상승했다. 다만 부채가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하는 과다부채기업 비중은 19.4%로 2021년 말(27.7%)보다 줄었다.
건설기업의 중위 부실 위험(기업이 1년 후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0.613%로 2021년 말(0.603%)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며, 부실 위험기업(부실위험 5% 초과) 비중은 2.8%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일부 건설기업의 경우 상당 규모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조사 결과 상장 건설기업 중 32개 기업이 PF대출·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하는 PF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었다.
중도금 대출 보증 등 기타 채무보증을 모두 포함하면 44개 기업이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10분의 1 정도는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방 중소 건설기업은 대기업·수도권 소재 중소 건설기업에 비해 한계기업·부실 위험기업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기업·관련 PF 사업장에 대한 미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한 조건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은행권 부동산 PF 익스포저 높아지는데…사업장 리스크↑"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권 전반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PF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등 부실 위험이 커졌다
비은행권 전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천억원으로, 대출이 91조2천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천억원이다.
PF대출 상환 리스크도 높아졌다.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이 대부분 업권에서 악화했으며, 특히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3.7%에서 지난 9월 말 8.2%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한은이 사업장별 주요 지표를 점검한 결과, 비은행권이 참여한 PF 사업장의 리스크 수준은 지난 2020년 말 이후부터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 리스크 평균 점수는 지난 2020년 말 53.7%, 2021년 말 58.0%, 지난해 9월 67.0%로 상승했다.
한은이 PF 사업장 부실화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 저하 정도를 점검한 결과, 비은행금융기관 전반의 자본 비율은 규제 비율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심각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규제 비율을 하회하는 금융기관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위험 관리에 한층 더 유의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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