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구멍 난 오존층의 놀라운 반전! 나빠지는 것만 같더니 아니네?

안혜민 기자 2023. 3.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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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보는 오존층 구멍


독자 여러분은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날이 있나요? 마부뉴스 제작진에겐 오늘이 바로 그런 날입니다. 왜냐하면 매주 목요일마다 독자 여러분과 만날 수 있으니까 세상 제일 특별한 날이죠.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구글에서는 구글 대문 이미지를 때마다 바꾸면서 기념일을 표시하고 있죠. 마부뉴스도 매주 표지 이미지를 꾸미면서 나름 독자 여러분을 맞이하기 위해 꽃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 대문 이미지 이야기를 한 건 다름 아니라 지난주 일요일, 그러니까 3월 19일의 구글 두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주 일요일에 구글 이미지가 바뀌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에선 이미지가 바뀌었거든요. 3월 19일이 도대체 어떤 날이길래 그런 걸까요?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3월 19일에 마리오 몰리나라는 사람이 태어났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 마리오 몰리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나요? 마리오 몰리나는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라는 문장을 인류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과학자입니다. 그 공로로 1995년엔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죠.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오존층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 오존층이 회복되었다는 소식 들었나요?
 

현재 오존층의 상황은?

우선 오존과 오존층 이야기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녀석입니다. 오존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오존도 착한 친구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매우 유독성이 강한 분자죠. 우리가 오존을 들이마시면 오존이 폐포의 세포들도 죽일 만큼 유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오존 향을 종종 맡을 수 있는데 바로 복사기를 이용할 때입니다. 복사기에서 복사할 때 나는 비릿한 향이 바로 오존 향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복사를 하고 나면 꼭 환기를 해줘야 한다는 사실, 기억해 두세요!

유독성이 강한 오존과 달리 저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존층은 고농도의 오존이 일종의 층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뜻합니다. 보통 20~30㎞에 걸쳐있는데, 25㎞ 부근이 가장 오존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오존층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외선 때문입니다. 자외선은 WHO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입니다. 주로 피부와 눈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데 암을 유발하고, 면역체계를 손상시키고 피부를 노화시키죠. 하지만 자외선이 지표면에 다다르기 전에 오존층이 이 자외선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명체 입장에서는 오존층이 없어선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거죠.

그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이야기, 아마 독자 여러분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오존층 구멍이 1년 내내 뻥 뚫려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입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오존층 구멍'은 오존 값이 220DU(Dobson Unit, 오존측정단위) 미만인 지역을 의미해요. 그러니까 농도가 낮아서 얇은 지역을 구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거죠. 이 오존 농도는 계절의 영향을 받다 보니 어느 때는 구멍이 사라지고, 또 어느 때는 구멍이 심해지는 일종의 계절성을 갖고 있어요.


위의 그래프는 NASA에서 제공하고 있는 2022년 남극의 오존층 구멍 데이터입니다. NASA에서는 남위 40° 이남에 위치한 220DU 미만인 지역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보면 알겠지만 1월부터 5월까지는 구멍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6월, 7월에 조금씩 생기다가 9월, 10월부터는 그 크기가 급격하게 커져버리죠. 그런데 특히 남극의 9월, 10월에 오존층 구멍이 크게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인 CFC는 영하 78도 미만에서 구름의 작은 얼음 알갱이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습니다. 얼음에 달라붙어있던 CFC가 햇빛을 받으면 염소(Cl)로 쪼개지는데, 이 염소가 오존층의 오존을 파괴하죠. 문제는 이 반응이 딱 1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일어나는 탓에 CFC 분자 하나만으로도 수십만 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하는 효과가 납니다. 이런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남극의 겨울입니다. 남극은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계절이 반대입니다. 한겨울이 7월쯤 시작하죠.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 CFC가 남극 구름의 얼음 알갱이에 붙어있다가, 날이 풀리는 9월 즈음부터 오존층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겁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가 무엇일까요? 바로 프레온 가스입니다. CFC는 염화불화탄소로 1928년 미국의 화학자 토머스 미즐리에 의해 발견됐어요. 1931년에 듀폰과 GM이 이 CFC를 '프레온가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거죠. CFC는 색도 없고 향도 없고 안정적이라 상품성이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냉매제, 발포제, 세정제 등 산업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용되었죠. 독성도 없고 불에 타지도 않아서 한때는 '꿈의 물질'이라고도 불릴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1974년, 오늘 편지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던 마리오 몰리나가 동료 셔우드 롤랜드와 함께 논문을 하나 내게 됩니다. 이 논문에는 CFC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어요. 스웨덴이 전 세계 최초로 1978년에 CFC가 들어있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사용을 금지했을 뿐이지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선 꾸준히 CFC를 사용했습니다.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이 그래프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들의 배출량을 나타낸 겁니다. 논문이 발표되고도 20년 가까이는 계속해서 CFC 배출량이 늘어나는 게 보이죠? 그래프에서 아래쪽에 일직선으로 주욱 그려진 건 자연 발생되는 오존층 파괴물질을 나타냅니다. 가령 염소(Cl)라던가 브로민(Br, 브롬) 같은 녀석들이죠. 이 녀석들은 매년 16만 5,000t 정도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던 사람들을 변화시킨 건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1983년에 미국의 기상위성 님버스 7호가 찍은 남극의 오존층 지도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어요. 구멍이 뻥 뚫려있는 사진을 보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오존층의 상황이 정말로 심각하단 걸 깨달았죠. 결국 CFC를 포함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는 비엔나 협약이 1985년 맺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 비엔나 협약을 발전시킨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CFC 배출량이 줄어들었죠. 비엔나 협약과 몬트리올 의정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한 주요 환경 협약 중 가장 많은 국가들이 참여한 협약 중 하나입니다. 2023년 현재 참여한 국가가 모두 198개국이나 되죠.

비엔나 협약, 몬트리올 의정서의 영향으로 인류가 배출하는 CFC 배출량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1986년 배출량을 100이라고 두면 1989년엔 28% 상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죠. 1995년에는 60% 넘게 감소했고, 2000년에는 80%가량 감소해 1986년 배출량의 20.2%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에는 99.7%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

협약의 영향으로 CFC 배출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 점점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올해 1월 9일 발간된 보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유엔의 기상 전문 기관인 세계기상기구(WMO)가 유엔환경계획, NASA, EU집행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작성한 <2022 오존층 고갈에 대한 과학적 평가>라는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오존층이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어요. 4년 전 보고서에선 "회복 징후가 미약하게 보인다"라고 표현했던 게 이번 보고서에선 "회복세가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바뀔 정도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겁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오존층 회복으로 매년 200만 명을 피부암으로부터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죠.

얼마나 회복되고 있는지 데이터로 살펴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남극의 오존층 구멍이 가장 커지는 9월 7일부터 10월 13일까지의 오존 구멍의 연평균 데이터입니다. NASA의 1979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보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었음에도 오존층의 구멍은 계속 커졌죠. 가장 구멍이 컸을 때가 2006년인데 그 당시 오존층 구멍의 크기가 무려 2,660만㎢! 우리나라의 면적이 10만 ㎢ 정도니까 우리나라 266개가 들어갈 정도의 규모인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오존층 구멍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완만하지만 감소하는 모습이 보이죠.


보고서에선 대기 중 염소 농도가 1993년 최고치에 비해 11.5%나 줄어들면서 오존층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남극의 오존층은 2066년이면 1980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죠. 북극의 오존층 구멍도 2045년이면 회복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하면 어려워 보이는 환경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결과물이 나온 셈입니다.

오존층 회복을 향해 순항이 이어지는 것 같지만 긴장을 늦출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처에 암초 같은 위험요소가 있거든요. 첫 번째 암초, 협약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오존층 파괴물질을 배출하는 국가들이 있다는 겁니다. 2013년 즈음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 CFC 농도가 증가하는 게 포착됐어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역추적해봤더니 범인은 바로 중국 동부의 플라스틱 공장이었죠. 결국 시정조치가 이뤄졌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계 탓에 여전히 배출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암초는 바로 지구온난화입니다. 북극은 남극보다 온도가 높아서 오존층 구멍이 잘 생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북극에서도 오존층 구멍이 자주 관측되고 있죠.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배출한 CFC의 영향도 있지만, 지구온난화 영향도 큽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북극 볼텍스라고 들어봤나요? 북극 볼텍스는 북극권을 휘감아 도는 강력한 바람인데 이 바람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운동 현상이 잦아지고 있거든요. 북극 볼텍스가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과거보다 더 꽉 잡아두면서 북극의 기온이 많이 낮아졌고, CFC 입장에서는 오존층을 파괴하기 더 쉬워진 거죠. 모두의 노력으로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하고는 있지만 협약을 어기는 국가들, 또 지구온난화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기후 상황까지... 여전히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상황입니다.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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