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봄비’, 산불 예방 효과는 하루도 안 돼
봄철을 맞아 연일 산불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22~23일 전국 곳곳이 봄비로 촉촉하게 젖었다. 흔히 비가 내리면 사산불이 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략 5㎜ 안팎 내리는 봄비가 산불을 막는 기간은 단 하루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봄비가 내린다고 방심했다가는 큰 산불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봄비에 의한 산불 예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봄비가 5㎜ 내리는 경우 23시간의 산불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봄철 산불 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간인 지난 1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산림 내 낙엽의 수분함량을 측정·분석했다. 그 결과 낙엽의 수분 함량은 10.7%로 국내 산림의 연평균 수분 함량(30.4%)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통 낙엽의 수분 함량이 18%보다 낮으면 산불이 난다. 또 낙엽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면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7~12건의 산불이 발생하게 된다.
산림과학원은 이런 상황에서 비가 5㎜ 내린 이후의 산림 내 낙엽 수분량을 측정·분석했다. 5㎜의 비가 내린 뒤 측정한 결과, 낙엽의 수분 함량은 약 25%로 비가 내리기 전(10.7%)에 비해 약 2.5배 급증했다.
그러나 산불이 나기 쉬운 조건인 ‘낙엽 수분함량 18% 미만’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는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보통 봄비가 5㎜ 정도 내리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봄비의 산불 예방 효과는 하루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의 봄비가 찔끔 내리는 경우, 산불 예방 효과는 단 4.6시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의 비가 내린 경우에는 46시간, 약 2일 동안 산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산림과학원의 권춘근 박사(산불·산사태연구과)는 “봄비가 내린다고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면서 “봄철에는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불을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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