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통화긴축 새 환경... 금융권, 충당금·자본 늘려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건전성" 단속
"미 은행위기 같은 시장불안 배제 못 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기관 수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내 금융권을 상대로 건전성 확보에 더 신경 쓰라고 단속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실리콘밸리은행(SVB)발 미 은행 위기의 여파가 언제 어떻게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의 모두발언에서 “한계 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 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위험)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하지 않게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며 “금융권 스스로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금융감독 당국의 지도에 잘 따라 달라는 것이다.

이는 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에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을 벗어나 고강도 통화긴축이라는 새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 중소형 은행 위기 같은 글로벌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감시)하고, 우리 금융 시스템과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현지시간)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과 관련해서는 “연내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언급에 주목했다. 추 부총리는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시장을 달랬다. 추 부총리는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