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사기 뒤에 ‘감정평가사’ 있었다···“퇴출까지 추진”
빌라 특성 이용 평가액 높게 책정 꼼수
“전세사기 가담 땐 형사처벌·자격박탈”
#. 감정평가사 A씨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등에 대한 담보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단지 내 평균 거래가격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고액의 거래사례를 선정해 빌라의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등 총 9건의 감정평가를 부적절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는 지난 22일 A씨에 대해 업무정지 2년 처분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와 관련해 ‘과다감정평가서’를 발행한 감정평가사 2명 및 빌라를 과다감정한 감정평가사 1명에 대해 각각 업무정지 및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와함께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은 물론 자격박탈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감정평가사들은 아파트와 달리 적정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은 빌라의 특성을 이용해 주변 빌라보다 높은 가격에 감정평가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전세사기범들이 세입자로부터 많은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B씨는 지난 1월 부산 남구 대연동 소재 빌라의 담보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A씨와 유사한 방식으로 단지 외부의 고액 거래사례를 선정해 대상 물건의 감정평가액을 높인 사실이 확인됐다.
또다른 감정평가사 C씨는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밖 빌라에 대한 일반거래목적 감정평가서를 작성·발급하면서 비교사례를 정비구역 내 빌라로 선정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대상에 올랐다. 다만 평가한 감정액이 시장의 거래액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려워 행정지도(경고) 처분에 그쳤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국회제공정보와 자체조사를 거쳐 수집한 감정평가서를 대상으로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과다감정평가서를 가려냈고, 이 중 15건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에 징계의결한 건은 15건 가운데 타당성조사가 끝난 11건의 감정평가서(징계대상 3명)에 대한 것으로, 국토부는 감정평가법인 및 개인들에게 처벌결과를 통보한 후 당사자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오는 4월 중 최종 처벌수위를 확정한다. 또 현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4건에 대해서도 조사결과에 따라 추후 징계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최근 5년(2018~2022년)간 감정평가서를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했으나 보증사고가 난 1203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는 자격박탈까지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일부 감정평가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하고, 청년·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전 재산이 날아갔는데 고작 업무정지라니, 전세사기 피해자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라고 했다. 이어 “잘못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자격박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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