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한은 금리 또 ‘동결’하나

유소연 기자 2023. 3. 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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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비 스텝’에 추가 인상 압박 줄었지만 금리차 고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이는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화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22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커졌다. 연준이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피하면서 한은으로서는 미국의 급격한 긴축을 추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겼지만, 역대 최대로 벌어진 금리 격차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더 높고 빠른’ 인상을 예고하지는 않았다. 연준이 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발표한 향후 금리 전망 점도표의 올해 전망치도 5~5.25% 수준으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4월 한 번 더 동결 관측 커지는 한은

현재 4.75~5%인 미국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연준이 연내 한 차례 정도 베이비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으로선 급격한 미국 긴축 속도에 따른 부담을 덜게 된 상황이다. 다음달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수출 부진으로 사상 최대인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다. 한은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심각해지는 경기 침체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음 달 11일 있을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한은이 한 차례 더 동결을 선택할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미 금리차 새 최대 기록?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4.5~4.75%에서 4.75~5%로 올리면서, 현재 3.5%인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상단 격차는 1.5%포인트로 커졌다. 2000년대 1.5%포인트 격차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폭이다.

경제·금융 수장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차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만약 4월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하고 연준은 점도표상 올해 전망치(5.00~5.25%)에 따라 5월 베이비 스텝만 밟으면, 미국(5.00∼5.25%) 기준금리는 한국(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진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새 최대 기록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인식이 많은데 경제 이론으로 보면 금리 차 자체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당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이번엔 동결을 하지만 ‘최종 금리 3.75%’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FOMC 회의 후 뉴욕증시는 나스닥이 1.6%,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이 1.65%, 다우지수가 1.63% 급락하며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23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준의 정책기조 변경에 대한 기대 악화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고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7원 내린 1298원에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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