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인사 모셔라”...시중은행 상임감사에 금감원 출신 줄줄이

전선형 2023. 3. 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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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상임감사위원 자리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줄줄이 내정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은행권과 금융당국, 감사원, 법조인 등이 다양하게 선임되다가 2020년부터 금감원 출신 인사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상임감사가 교체되면 4대 시중은행 상임감사위원 자리 모두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으로 채워진다.

시중은행의 상임감사 자리에 금감원 출신들이 많아지는 것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역할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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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ㆍ하나은행, 전 금감원 부원장보 내정
경영진 견제보다 당국과 가교 역할론 커져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은행권 상임감사위원 자리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줄줄이 내정되고 있다. 아직 임기가 남은 인사까지 고려하면 4대 시중은행 상임감사 자리가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급이 높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모셔와 당국과의 소통을 더 확대하려는 의중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양현근 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을 상임감사위원으로 내정했다. 양 전 부사장은 한국은행을 거쳐 금감원에서 은행서비스총괄국장, 금융투자감독국장, 은행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 핵심 요직을 맡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23일 진행되는 주주총회에서 양 전 부사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이번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 선임은 장병용 전 금감원 부국장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은행권과 금융당국, 감사원, 법조인 등이 다양하게 선임되다가 2020년부터 금감원 출신 인사로 굳어지고 있다. 앞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차장 출신의 정수경 법무법인 자우 구성원변호사가 맡았고, 이후 오정식 전 씨티은행 부행장이 상임감사를 이어받았다. 오 전 부행장은 상업은행에 입행해 한미은행 등을 거친 은행권 인물이다. 이후 2020년 3월부터 장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맡았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총에서 민병진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은행 주총일은 23일이다. 민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일반은행국, 은행감독국 국장을 거쳤으며, 기획·경영담당 부원장보 등을 역임했다.

하나은행의 상임감사는 2015년 이후부터 줄곧 금감원 출신이 맡고 있다. 2015년에는 김광식 전 금감원 기업공시국 국장을 선임했고, 이어 이주형 전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이 맡았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조성열 전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장이 맡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상임감사가 교체되면 4대 시중은행 상임감사위원 자리 모두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으로 채워진다. KB국민은행의 상임감사는 현재 김영기 전 금감원 부원장보다. 김 상임감사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신한은행의 경우도 현재 유찬우 전 금감원 비은행담당 부원장보가 자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임기는 12월 말까지다.

농협은행의 경우도 현재 상임감사에 이익중 전 금감원 특수은행검사 국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번 주총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상임감사에도 금감원 출신 인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의 상임감사 자리에 금감원 출신들이 많아지는 것은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역할 때문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금융권 수장에 앉고 있고,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도 심해지면서 회사와 당국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임감사 주된 역할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임감사는 회계와 감사업무의 총 책임자며, 내부통제 업무에도 깊게 관여하는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임감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일자리를 보존해 주고 대신 대관역할을 맡기고 있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에 상임감사는 꼭 두지 않아도 되는데, 은행들 대부분이 상임감사자리에 금융당국 출신을 데려온다”며 “그만큼 소통 역할이 절실한 것이다. 최근엔 금감원 출신끼리 자리 경쟁을 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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