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인상 곧 끝난다는데…美 증시는 왜 급락했나
미국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 시스템에서 발생한 혼란을 이유로 금리 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으나 증시는 1.6%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추락했다.
증시 약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없다고 못 박은 점, 은행 시스템 혼란으로 대출 여건이 위축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상원에서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점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4.75~5%로 올렸다. 이는 지난해 3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9번째로 2007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2주일간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폐쇄 등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이번에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까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강세 때문에 FOMC 투표위원 만장일치로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가격 안정을 회복하는 데 헌신하고 있으며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중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말에 대한 이러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FOMC 18명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로 지난해 12월과 동일했다. 5.1%는 5.0~5.25%를 의미한다.
이는 연준이 올해 한번만 금리를 더 올리고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FOMC 위원들은 원래 19명이지만 현재는 연준 부의장이 공석이라 18명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은행 대출 여건이 위축돼 신용 경색이 나타날 경우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발표된 FOMC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경제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확보하려면 "목표 금리 범위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하다"는 문장이 빠졌다. 이 표현은 1년 전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부터 FOMC 성명서에 항상 포함됐던 문구였다.
대신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가 적절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또 "위원회는 앞으로 나올 정보들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통화정책에 시사하는 바를 평가할 것"이라는 문장이 첨가됐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FOMC 위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역임했던 마크 서머린은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FOMC 성명서가 발표된 후 상승했던 증시가 큰 폭 하락으로 돌아선 데 대해 전략가들은 파월 의장이 신용 경색의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기 때문으로 봤다.
그는 신용 위축이 고용과 경제활동,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억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거의 경험칙에 따른 추측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신용 위축이 잠재적으로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상당히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후 신용 위축이 "거시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 FOMC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더 이상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도 1명뿐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FOMC 참가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를 꺾는 것이다. 은행위기가 발생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금리가 올해 0.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메일 논평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잠재적으로 이성을 잃고 있다"며 향후 시장과 경제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CIO인 피터 부크바르는 이메일 논평을 통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장에 부정적이었다며 "파월 의장은 향후 신용 경색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물가 안정에 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시가 급락한 것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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