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어공주∙팅커벨'=보여주기식 PC주의? 불안은 관객 몫 [Oh!쎈 초점]

최이정 2023. 3. 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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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흑인 인어공주' 배우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 적절성 여부가 논란 속 연일 화제다. 스틸, 포스터, 티저, 예고편 등이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이 달궈지는데 영화가 5월 공개될 때까지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 베일리는 최근 '에디션'과의 인터뷰에서 곧 개봉될 디즈니의 실사 리메이크 영화 '인어공주'에서 아리엘 역을 맡은 이후 받은 인종차별적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베일리는 이 영화에 캐스팅 된 후 악플러들로부터 많은 혐오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그것(캐스팅)에 대한 전세계의 반응을 보는 것은 확실히 충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반응, 모든 갈색과 검은색 피부를 가진 어린 소녀들의 반응을 보는 것은 날 정말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들었다"라고 악플세례 속 자신을 지지해주는 유색인종 아이들에 의해 힘을 얻었다고도 전했다.

지난 해 9월 티저가 공개됐을 때부터 혐오 댓글이 쏟아졌던 바다. 그러나 베일리는 자신이 받은 증오와 혐오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에 대한 따뜻한 반응에 집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곧 아리엘로서의 첫 등장에 흥분하고 좋아하는 흑인 아이들의 반응을 느꼈고. 새로운 아리엘이 "나처럼 갈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어린 소녀들의 영상들을 SNS를 통해 공유했다. 그리고 베일리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이 주말 내내 나에게 이런 반응을 보내왔고, 이것이 내게 세상을 의미한다는 것에 진심으로 경외심을 갖는다"라고 썼다.

흑인 인어공주에 이어 흑인 팅커벨 역시 등장한다. 배우 야라 샤히디는 디즈니의 새 실사 영화 '피터팬 & 웬디'에서 작은 요정 팅커벨을 연기한다. 그녀는 테일러 스위프트, 마고 로비 등의 후보를 제치고 유색인종 배우 중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팅커벨을 연기하는 것.

샤히디는 이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최근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출연진에서 흑인과 브라운 사람들을 캐스팅한 것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과 디즈니의 고위층이 왜 이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의견들이 좋았다. 그들은 이 고전에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 주기를 원했고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동화를 제공했다"라며 "그들이 단지 이야기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흑인과 브라운 사람들을 출연시킨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신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소외돼 왔는데 그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피터팬'&웬디'가 다양성을 넓힌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베일리와 샤히디의 긍정성과는 별개로 디즈니의 PC주의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문화전쟁이라고도 불리는 PC주의는 '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데, 전통적 관념을 교정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을 따르는 태도)을 일컫는다. 즉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 혹은 개념. 

디즈니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한편에서는 이 같은 PC주의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보여주기식 PC주의는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고 의도와는 반대로 창의성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것.

최근 눈에 띄는 디즈니 마블 영화의 흥행 실패에는 이 PC주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PC주의를 지나치게 의식해 원작을 훼손하거나 역차별을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꾸준히 다양성을 추구해 온 디즈니의 이에 대한 소신은 물러섬이 없어 보인다. 결국 불안은 관객의 몫이다.

이런 가운데 1989년 '인어공주'에서 아리엘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배우 조디 벤슨의 언급도 한편에서는 주목할 만 하다. 그녀는 베일리의 아리엘 캐스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가족으로서 아이들을 키웠고 우리 자신을 위해 밖에 있는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라면서 "난 캐릭터의 정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당신이 그들의 마음과 정신에 캐릭터로 기여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는 이야기꾼이 될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인종, 국가, 피부색, 사투리, 내가 키가 크든 말든, 내가 과체중이든 저체중이든, 내 머리가 어떤 색이든 간에, 우리는 정말로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 속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작품의 '질'('재미'로 설명되는)일 것이다. 미스 캐스팅이라 여겨졌더라도 막상 뚜껑을 열자 큰 찬사와 반응을 얻었던 작품들도 많았다. 그러나 억지로 끼워맞춘 PC주의는 관객들의 호감을 얻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nyc@osen.co.kr

[사진] 티저 예고편 영상 캡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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