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도 철수한 '중동'…콜마·코스맥스는 다를까?

이용준 2023. 3. 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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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ODM업체들 '중동' 공략 박차
"현지 브랜드 수요 공략, 잠재성 충분"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중동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은 '콧대'가 높은 시장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하다.

두 회사는 중동 현지브랜드를 상대로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을 통해 시장에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향수가 중동에선 잘 팔린다는 점, 생소한 이슬람 문화권에 적응해야 하는 점 등은 극복할 과제로 꼽힌다.

/그래픽=비즈워치

중동 문 두드리는 화장품 제조사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올해 하반기에 아랍에미리트(UAE) BPC(United Arab Emirates Business Point Consultancy)의 자체브랜드(PB) 화장품을 제조·공급할 예정이다. BPC는 UAE 정부 산하 수출입 비즈니스 컬설팅 기관으로 화장품 등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콜마는 BPC의 자체 브랜드샵에 PB제품을 공급한 후 본격적인 중동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최현규 한국콜마 대표가 대통령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코스맥스는 2021년 초 UAE 현지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중동에 진출했다. 중동과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코스맥스가 중동에서 ODM 생산하는 대표 브랜드는 '피스풀(Peacefull)'이다. 피스풀은 UAE 유명 인플루언서 살라마 모하메드가 설립한 로컬 뷰티 브랜드다. 이 회사는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폼클렌징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아이크림 등을 UAE에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튀르키예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콧대 높은 중동

중동은 국내 뷰티 대기업도 고전하는 시장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만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많다. 중동지역 대표 뷰티 스토어 '페이시스'에 등록된 베스트셀러 브랜드를 보면 △에스티로더 △클라란스 △디올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UAE 사무소를 철수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처음 UAE 법인(AMOREPACIFIC ME FZ-LLC)을 설립하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에뛰드하우스 색조화장품을 수출했다. 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UAE 법인의 순손실액은 △2017년 4억 △2018년 9억 △2020년 8억 △2021년 1억 △2022년 4억으로 이어졌다. 럭셔리 브랜드와 향수 수요가 높은 중동시장에 에뛰드하우스의 색조화장품은 통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2006년부터 중동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최근 현지 매장을 일부 정리했다. LG생활건강이 사우디·UAE 등에서 운영중인 매장은 △2020년 82개 △2021년 81개 △2022년 72개로 감소 추세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럭셔리 화장품 시장이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며 "이슬람 지역은 향수 시장이 큰 반면 한국은 향수 쪽이 약한 편이란 점도 한국 회사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승인 절차없이 회사가 협력사를 선택하지 못하고, 현지 유통사가 원하는 브랜드만 제한적으로 입점이 가능하다"며 "카테고리 확대와 마케팅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 시장 뚫은 전략은?

ODM업체는 '콧대' 높은 중동 시장을 현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PB제품으로 뚫겠다는 계획이다. 자사 브랜드로 직접 공략하는 아모레퍼시픽 등과 같은 전략으로는 현지 유통사를 뚫기 어렵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은 중동 현지 고객사와 중동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다. 중동은 현지 화장품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ODM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페이시스에 입점한 '입생로랑' 쿠션 제품을 ODM 생산하는 코스맥스와 같이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서도 중동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코스맥스 측은 "중동 로컬브랜드들은 현재 태생 단계라 미래 성장 잠재성이 충분하다"며 "지속적인 제품개발을 통해 할랄인증이 필요한 브랜들에게 물량을 제공하면서 장기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중동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브랜드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공장 내부에 별도의 할랄인증 생산설비도 갖추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중동 현지 브랜드들과 협업 노하우가 쌓이면 한국 브랜드들을 중동시장에 진출시키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중동 사업은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준 (yj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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