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올해 금리인하 없다”···“은행위기·대출감소 공식인정”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파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65%, 1.63% 내렸는데요.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려 연 4.75~5.0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며 올해 금리인하가 없을 것임을 밝히는 동시에 은행 위기와 지역은행발 대출감소 가능성을 인정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오후3시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모든 예금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증시를 흔들었습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인상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판단과 일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10년 물이 한때 연 3.44% 선까지 떨어졌고, 정책금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는 3.93%대까지 내려왔는데요. 오늘은 3월 FOMC와 금리, 증시 전망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3월 FOMC에서 알아야 할 7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취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추가적인 정책 확인(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 타깃 달성하는 길 멀고 험난. 금리동결 고려했으나 인플레와 노동 데이터 강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 얻어야”→해석: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기조로 삼음. 다만, 금리인상과 관련해 ‘지속적(ongoing)’이라는 단어를 ‘몇 번의 추가적인(some additional) 확인’으로 교체. 인플레 문제로 3월에 0.25%p 올렸으나 끝(점도표상 올해 최종금리 5.00~5.25%)이 멀지 않았음을 강조. 금리인상 한 번 남음.
② “경제전망에서 보듯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과 점진적인 노동시장 균형, 인플레이션 하락이 천천히 이뤄진다면 올해 금리인하는 없다는 게 위원들의 생각이다. 금리인상 중단 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해석: 지금의 인플레이션 하락세와 노동강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금리인하 없음.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도 가능. 이는 금리인하를 생각한 시장과 괴리. 증시 하락 배경 가운데 하나.
③ “지난 2주 동안의 사건(은행 불안)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을 어느 정도 긴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노동시장 수요와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금융긴축 효과는 금리인상이나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거나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하기 너무 일러”→해석: 은행 위기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요인이며 성장률을 낮출 위험이 있다고 평가. 은행 대출 감소 문제를 공식 인정한 것으로 경기둔화 가능성 시사. 또 다른 증시 하락 요인.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5.00~5.25%)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한 최종금리를 12월 수준으로 유지. 다만, 위기 상황 확산 시 통화정책을 바꿀 여지도 열어
④ “미국 은행 시스템 건전하고 탄력적. 우리는 경제나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때 예금자를 보호할 도구가 있다. 예금자들은 그들의 예금과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은행(SVB)는 예외 상황. 경영 실패이며 리스크 관리 안 해”→해석: 일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에도 예금은 안전하며 은행에 시스템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SVB는 특별한 사례이며 유동성과 금리위험 관리 안 해
⑤ “(지역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집중 문제는) SVB와 다른 문제다. 은행 시스템은 강하며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다. 자본도 충분하다”→해석: 월가에서 경기둔화와 맞물린 지역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 다만, 파월도 은행 위기가 디스인플레이션 요소가 있다고 한 만큼 진척 상황 봐야
⑥ “대차대조표 관련해 상황 변화 얘기한 적 없어. 논의한 것 아냐. 하지만 상황에 따라 바꿔야 한다면 바꿀 것. 추가로 FDIC를 통해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한 조치(전액예금보장)는 특정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전염 리스크 때문”→해석: 현재로서는 양적긴축(QT) 기본 구조 유지. 은행위기가 커진다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김. 지역은행의 경우 개별 은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염 리스크가 핵심
⑦ “소프트랜딩의 길 여전히 존재는 해. 그러나 은행 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그 기간에 따라 긴축 효과가 더 커. 금융시장 상황 긴축돼 있어. 그럼에도 소프트랜딩의 길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해석: 은행 위기로 확실히 연착륙 가능성 감소. 은행 불안이 대출과 여신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따라 긴축 효과가 배가될 수 있어 침체 가능성 커지고 있음. 금융여건 타이트하다는 점도 강조
우선 이날 파월 의장은 “지난 2주 동안 일부 은행에서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금리를 올린 FOMC인 만큼 사람들이 걱정하는 은행 위기 쪽에 신경을 쓴 건데요. 그는 “우리 은행 시스템은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갖고 있다. 예금과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닌데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며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은행권 불안으로 금리동결도 잠시 고민했지만 강력한 인플레이션과 노동지표에 결국 금리를 올리게 됐다는 말도 했는데요. “인플레이션 타깃 2%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할 것이다”, “인플레를 낮추겠다는 것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말도 꺼냈습니다.
이뿐만이 아닌데요. 그는 “지금처럼 인플레와 노동시장 둔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면 금리인하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르면 6월부터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입장에서는 타격이었는데요. 금리인상이 끝난 뒤에도, 즉 최종금리에 도달한 뒤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언급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날 증시가 하락한 이유 중 하나죠.
하지만 파월은 은행 위기 쪽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습니다. 당장 지난해 12월(5.00~5.25%)보다 높아질 것이라던 최종금리가 이번에 5.00~5.25%로 유지됐는데요.
파월이 신경쓰는 부분은 지역은행발 대출과 신용 감소입니다. 지역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해 유동성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고 만기연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이로 인한 경기위축이 얼마나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이 어렵다는 게 연준의 판단입니다.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파월 의장도 “지난 2주 동안의 사건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을 어느 정도 긴축시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금리를 올렸지만 은행권 스트레스 이후 더 큰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는데요.
여기까지 오면 이런 조합이 가능해집니다.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에 큰 진전이 없다면 연말까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고, 지역은행의 여신 공급감소가 겹쳐질 수 있다는 거죠. 이 경우 경기가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축하할 일인가?”라며 “(은행 위기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연준도 이를 인정했는데 금리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즉 앞으로 신용공급 문제가 있을 건데 금리는 내리지 않으니 이건 최선의 조합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대차대조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작업과 관련해 이를 변경할 생각이 아직 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매달 국채 600억 달러, 모기지담보부증권(MBS) 350억 달러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비둘기파적인 금리인상이었으나 연준의 신용공급 감소 문제 인정이 시장을 겁먹게 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렇다 보니 침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파월도 연착륙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꽤 떨어진 듯했는데요. 그는 “소프트랜딩의 길이 여전히 존재는 한다. 문제는 은행위기가 얼마나 가느냐다. 소프트랜딩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착륙이 계속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긴 했지만 관건은 은행위기가 얼마나 더 가느냐이며 연착륙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도가 된 거죠.
그래서인지 파월은 정책전환에 대한 문도 열어두긴 했습니다. 그는 지역은행발 신용공급 감소에 대해 “이는 노동시장 수요와 인플레에도 영향을 줄 텐데 그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거나 통화정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했는데요.
아직은 인플레 문제가 심각하고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어려우니 지켜보되, 상황에 따라서는 통화정책을 바꿀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님을 드러낸 것이죠. 대차대조표도 그런데요. 파월은 “바꾸는 게 적절하다면 우리는 항상 기꺼이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시장은 여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거고 있는 듯한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5시54분 현재 5월 기준금리 전망치는 5.00~5.25%가 61.2%로 가장 많은데 6월로 가면 4.75~5.00%(51.5%)가 1위가 됩니다. 이는 6월에 0.25%p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죠. 파월이 뭐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반면 연준이 꾸준히 긴축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CFRA의 샘 스토발은 “연준이 2024년 초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모건스탠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헤드도 “연준은 인플레를 2%로 낮추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인하가 곧 온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봤죠.
지역은행 입장에서는 고금리에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이 겹치면서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날도 원투 펀치를 맞은 꼴인데요.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은 은행과 예금이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는데 옐런은 그 생각을 뒤집었다”며 “은행권 혼란이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옐런의 발언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옐런이 어제 전염 위험이 있을 경우 소형 은행에 추가적인 보장을 해주겠다고 명확히 언급한 바 있는 만큼 이날 말한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게 대형은행을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해주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모두 다 해주는 건 아니라는 뜻인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긴 합니다.
어쨌든 이날 팩웨스트뱅크코퍼레이션은 주가가 17.12% 급락했는데요. 팩웨스트는 지난 9일 현재 332억 달러였던 예금잔액이 20일 기준 271억 달러로 61억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11일 만에 60억 달러가 넘는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죠.
팩웨스트는 아틀라스SP 파트너스에서 14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요. 아틀라스SP 파트너스는 글로벌 투자회사입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달 조건이 안 좋았을텐데요. 팩웨스트는 20일 현재 연준의 재할인창구에서 105억 달러를 포함해 추가 유동성을 163억 조달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용 가능한 현금이 114억 달러로 예금보험이 되지 않는 예금보다 많다고 하는데, 이는 이론상 그런 것으로 실제로 현금으로 예금지금을 상당 부분하게 되면 그 뒤로는 사실상 생존이 쉽지 않죠. 팩웨스트는 지역은행 주가가 낮고 다른 옵션도 있어 증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증자를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쪽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요.
앞서 매각 작업에 정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됐던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도 15.47%나 빠졌습니다. 웨드 부시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경우 매각이나 법정관리를 갈 경우 주주들에게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자본이 135억 달러 부족한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는 신규 인수자가 최소 135억 달러를 메워야 한다는 거죠.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되면 300억 달러 공동예금을 한 대형 은행들도 일이 꼬이죠.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대형 은행들의 300억 달러 공동예금을 두고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뱅크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을 바탕으로 돈을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렇게 하는 것일뿐”이라며 공동예금 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는데요.
상황이 정말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바다 건너 영국은 2월 물가가 예상 외로 급등했는데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 10.4% 상승해 시장 전망치(9.9%)를 웃돌았죠. 내일인 23일 나올 미국의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블룸버그 집계치 기준 19만8000건으로 나오는데요. 전주(19만2000건)보다 약간 늘지만 여전히 20만 건 아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69만1000건으로 1주 전보다 7000건가량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인플레는 강하고 노동은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하는 거죠.
연준이 지역은행 위기의 문제점과 후폭풍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날 FOMC의 핵심은 ①연내 금리인하 없다와 ②지역은행 위기 및 그에 따른 대출감소(경기둔화 가능성), 두 가지이며 이것들이 합쳐졌을 때를 생각해봐야 한다입니다. 미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겠지만 만만한 상황이 아닌데요. 지역은행 이슈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은행에서 시작하는 제2, 제3의 문제들을 꼼꼼히 지켜봐야겠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시간 23일 오전7시55분에는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3월 FOMC 집중 분석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깊이 있는 방송을 위해 평소 방송시간인 7시5분에서 7시55분으로 시간대가 늦춰졌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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