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상륙, 네이버에게 '기회'라는 이유
삼성페이 '온라인'·네이버 '오프라인' 약점 상호보완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애플페이'라는 강력한 게임체인저 등장이 네이버에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독보적이던 삼성페이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경쟁에 네이버가 합류하면서 핵심과제였던 오프라인 결제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삼성-네이버 '윈-윈' 택하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의 온라인 결제 범위를 넓히고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결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 결제가 가능해진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삼성페이가 제공하고 있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방식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즉 두 회사간 협력을 통해 각자의 약점인 부분은 보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23일부터 개시된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4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중 오프라인 결제 비중은 약 10%가량일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인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비중이 약 24.3%라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페이의 '약점'이었던 셈이다.
네이버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일단 오프라인 결제시장 진출 자체가 2019년으로 경쟁업계에 비해 늦었다. 게다가 QR코드 결제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간편결제에 비해 '편의성' 측면의 고객 경험을 살리지 못한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협력으로 네이버페이는 MST 결제방식이라는 편리함을 더하며 오프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페이 가맹점에서도 네이버페이가 호환되면서 접근성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네이버페이 가맹점은 약 10만개, 삼성페이 가맹점은 약 280만개 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페이의 경우 대다수 결제가 오프라인으로 이뤄진다. 약 18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도 24%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온라인에서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편의성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으로 네이버페이 온라인 결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약점이었던 온라인 비중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1위와 오프라인 1위가 손을 잡은 모양새"라며 "협력 이후 두 회사의 결제 비중이 어떻게 바뀌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부에서 판단 중"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의 큰 그림, 삼성이 도왔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데 삼성전자가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 파이낸셜은 '직접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지는 않았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통해 증권사등을 설립해 직접 시장에 뛰어든 것과 대조된다.
반면 네이버는 '파트너'를 찾아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미래에셋증권,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과 손잡고 네이버의 고객이면 혜택이 집중돼 있는 소상공인 대출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는 '네이버 페이'의 외연확장에 집중해 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네이버가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다. 금융당국이 일반 대출차주들이 더 쉽고 편하게 대출을 갈아 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알렸다. 아울러 보험까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조만간 출시된다. 자연스럽게 최대 수혜자는 국내 최고 플랫폼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네이버에게는 올해는 대출시장, 보험시장, 결제시장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온라인에서 결제 비중을 높이더라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보면 사실 크지 않아 보인다"라며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제공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협력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이어 "애플과 삼성전자간 스마트폰 경쟁에 네이버가 참전하게 된 모습이지만 네이버에게는 손 안대고 코푼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득이 많은 협력"이라며 "네이버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한 번에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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