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금리 1.5%p 역전, 역대 최대 수준과 동일…한은, 추가 인상 없다

최정희 2023. 3. 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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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정책금리 4.75~5%로 25bp 인상
금리 점도표상 최종금리 5~5.25%로 예상 하회
파월 의장 "경기 연착륙 가능성 말하기 어려워"
물가상승률 상향 조정…"금리 인하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역사상 최대 역전폭을 기록했던 2000년 5월(1.5%)과 같은 수준이다.

연준이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 점도표를 작년 12월과 같은 중간값 5.1%로 유지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최대 1.75%포인트에서 그칠 것으로 보여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문제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아니라 물가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연준이 물가안정은 물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지고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출처: 연방준비제도
◇ 연준, 5월 한 번 더 금리 인상하고 끝…한은, 동결 가능성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23일 새벽에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75~5.0%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5%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2000년 5월 1.5%포인트 역전 기록 이후 최고치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금리 점도표를 기준으로 보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최대 1.75%포인트 벌어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금리 점도표상 최종금리 중간값은 5.1%로 작년 12월과 같았다. FOMC 위원 18명 중 절반 이상인 10명이 최종금리를 5~5.25%로 예상했다. 5월 25bp 금리 인상 이후에는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연준이 빅스텝(50bp)으로 금리 인상폭을 높이고 연준의 최종금리가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한 순간에 판도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다.

물가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중소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 셈법이 복잡해졌다.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석 달 전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3.3%로 높였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 전망치는 3.5%에서 3.6%로 상향조정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기는 했다”면서도 연내 금리 인하설에 대해선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긴축적인 금융상황과 거시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등을 살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면 높일 것이고 충분히 긴축적인 기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發 금융불안 커진다…한은도 금융안정 더 고려하나

문제는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가 아니라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지금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최근 (은행권 위기와 관련한) 사건들이 없었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컸겠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 연착륙을 자신했으나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다. 연준이 긴축한 것보다 금융시장 위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최근의 은행 불안에 따른 신용 위축은 금리 인상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며 상당수 FOMC 위원들이 이를 경제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3대 뉴욕지수는 1% 중반대 하락했다. 금리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지 못할 정도로 금융시스템이 불안한 점,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진 점, 그렇다고 물가 안정을 포기할 수는 없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차단된 점 등이 맞물린 결과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포괄 보험(blanket Insurance)’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SVB파산 사태 등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 급등,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이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을 더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반도체 등 IT경기 위축에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데다 부동산 가격 급락폭이 주요국 대비 커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는 등 주요국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등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다. 펀더멘털 약화가 외국인 자금 유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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