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vs 하나 vs 신한… 6번째 초대형IB 주인공은?
[편집자주]증권업계에서 투자은행(IB) 부문이 다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이후 실적을 견인했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 실탄(자기자본)을 늘렸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 인가를 준비하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늘어난 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IB 핵심 사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IPO 주관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발한 활동으로 공개매수·인수금융 먹거리가 많아지면서 올해 IB 시장의 활황이 예상된다.
①키움 vs 하나 vs 신한… 6번째 초대형IB 주인공은?
②행동주의 펀드가 쏘아 올린 IB 훈풍… 한투·NH證 '미소'
③올해는 독주 없다" 한투·한화 등 IPO 주관 선두 경쟁 치열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늘면서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조건을 갖춘 후속 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 지급결제 업무 확대와 관련해 본격 논의에 돌입하면서 신규 수익원 개발이 절실한 증권사들의 초대형IB 신청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59개 증권사 자본총액은 80조26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20대 증권사 자본총액은 69조4590억원으로 3.4% 늘었다.
이중 하나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이 5조8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해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하나증권은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신청하면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은 증권사는 현재 초대형 IB를 얻은 5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 외에도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4곳이다.
초대형IB가 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1년 만기 어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 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모험자본 활성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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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숙원인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논의에 나서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급결제 허용 대상 범위가 초대형IB로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인가 여부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현 자본시장법) 제정안에서 이미 통과된 사안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강한 반발로 16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현재 증권사들은 개인소액결제만 가능하고 법인자금의 지급결제 업무는 할 수 없다. 개인이 증권사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월급통장을 개별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급여 통장을 증권사에 일괄 개설하지 못한다. 개인은 증권사 계좌로 자금 송금과 이체가 가능하지만 법인은 불가능하다.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가 이뤄질 경우 기업은 제품 판매대금,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임금지급 등을 증권사 계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의 월급통장들을 증권사가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업계에선 기업의 급여통장을 증권사가 확보하면 신규 고객을 늘릴 수 있고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WM) 서비스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법인의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참가 시 업무 처리도 간편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글로벌 IB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법인결제 허용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지급결제는 기업금융 업무 영위에 기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글로벌 IB와의 경쟁을 위해서 증권사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주장이다. 법인고객군이 큰 증권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서도 법인결제업무 허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초대형IB에 한해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된다면 증권사들의 초대형IB 변신은 기업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구도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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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기 때문에 당국의 심사는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당사는 초대형IB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5조원대인 하나증권 역시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특히 올 초 강성묵 사장 취임 이후 기업금융에 집중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에 관심이 큰 입장이다.
이밖에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지만 초대형IB 인가를 받지 않은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등이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부터 초대형IB 6호 증권사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여러 내부적 현안으로 추진을 미뤄 왔다.
다만 올해부터 단일대표로 회사를 이끌게 된 김상태 대표가 IB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해 초대형IB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자기자본이 5조원대인 메리츠증권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이미 브로커리지(소매금융)를 제외한 다양한 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성을 내며 성장해왔고 지난해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수익 성장을 이뤄낸 만큼 현재로선 초대형IB 신청을 통한 사업 확장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불안으로 다양한 수익원 확보가 시급해진 만큼 당국이 신규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는 올해 어느 때보다도 초대형IB에 관심을 갖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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